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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에 따르면 2000년부터 올해까지 전국의 초·중·고생은 205만 명 가량 줄었다. 학생 수 감소에 따라 재학생 규모가 300명 이하로 줄어든 소규모 학교 수는 전국적으로 4212곳에 달한다. 이 와중에도 지난해 대비 올해 신설 학교 수는 오히려 880곳이나 늘었다. 교육부는 지금의 저출산 기조가 유지된다면 2020년까지 전국의 초·중·고생은 65만 명이 추가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교육부 “학생 수 감소하는데 학교만 늘리나”
택지지구 내 학교 신설은 개발을 담당한 시행사가 통상 전체 비용의 40%를 부담한다. 나머지는 해당 교육청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예산을 투입한다. 문제는 신설 이후다. 학교 한 곳을 운영하기 위해선 최소 60명의 교원(50개 반 기준)과 10명 정도의 직원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매년 인건비로만 약 50억 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교육부는 사실상 ‘학교 총량제’를 적용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택지 개발로 학생 수가 늘어나는 게 아니라 지역 내 인구가 (택지지구로) 이동하는 것”이라며 “인구 이동으로 학생 수가 늘어나는 곳에 학교를 신설한다면 구도심 내 학교는 통폐합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최근 들어 학교 신설을 최대한 억제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택지 개발 수요가 많은 경기도의 학교 신설 승인율은 2012년 73%에서 올해 24%로 급감했다. 전국적으로도 학교 신설 승인율은 같은 기간 72%에서 37.1%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전국적으로 학교 신설이 억제되면서 해당 교육청의 불만도 쌓이고 있다. 주민들의 민원과 불만이 집중된 탓이다. 경기교육청 관계자는 “대규모로 개발되는 택지지구에는 기본적으로 신설 학교가 필요한데 이를 억제하는 교육부 정책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며 “택지 개발은 정부와 지자체가 승인해주고 주민들의 민원과 원성은 교육청이 듣고 있다”고 말했다.
◇ 분양에만 열 올리는 시행사···입주자만 피해
택지 개발을 담당하는 시행사의 행태도 문제다. 택지 개발사업의 경우 개발계획 수립 단계에서부터 시행사와 지역교육청이 학교 신설을 협의한다. 학교가 들어설 부지를 미리 설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각 분양 사업장에서는 이런 과정을 거쳐 주택 수요자들에게 ‘학교 신설 계획’이 담긴 개발 계획을 홍보하고 분양 계약을 유도한다. 분양 사업장 별로 ‘학교 신설 예정’을 강조하면서 단지 내 학교가 들어설 것이란 기대치만 높여놓는 것이다. 하지만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중투위)를 통과하지 못해 학교 신설이 무산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결국 시행사의 개발 계획만 믿고 아파트를 분양받은 계약자만 피해를 보는 셈이다.
허위·과대광고 논란도 일고 있다. 각 분양 사업장에서 학교 계획을 설명할 때 등장하는 표현이 ‘학교 신설 계획’ 또는 ‘학교 신설 예정’이다. 분양업체는 이를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뜻으로 얘기하지만, 수요자는 ‘아파트와 함께 학교가 신설된다’고 받아들이면서 갈등이 발생하는 것이다. 입주를 6개월가량 앞둔 수도권 A택지지구 아파트 계약자는 “학교 신설 예정이라고 하면 으레 학교가 새로 들어선다고 생각하지 학교가 생기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의 탁상행정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많다.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에 들어서는 ‘e편한세상 한숲시티’ 아파트 한 입주 예정자는 “교육부가 현장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않은 채 서류와 숫자만 보고 학교 신설 가부를 결정하고 있다”며 “탁상행정이 아닌 직접 입주 예정자들과 소통하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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