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 접고 건설기계·엔진으로 도약

성문재 기자I 2016.03.24 07:46:25

육군 K2전차 엔진 양산 돌입..엔진 수출길도 열어
국내 굴삭기 시장점유율 40%대 회복..1위 입지 다져
다음달 공작기계 매각 완료..밥캣 상장 주관사 선정

[이데일리 성문재 최선 기자] 공작기계 사업을 정리한 두산인프라코어(042670)가 ‘건설기계’와 ‘엔진’을 두 축으로 재도약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르면 이달중에 우리 육군이 사용할 K2 전차(일명 ‘흑표’)의 심장인 엔진을 양산한다. 군 당국의 허가만 떨어지면 K2 전차 파워팩(엔진+변속기)에 들어갈 엔진 106대(2차분)의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변속기는 S&T중공업이 만들고 파워팩 조립은 현대로템이 맡는다.

파워팩은 그동안 독일 MTU사만이 생산 가능해 1차 양산분 100대에 대해서는 국산 제품을 적용하지 못했다. 하지만, 두산인프라코어가 지난 10년간 연구·개발에 끝에 마침내 엔진의 국내 양산에 성공하며 기술력을 인정받게 됐다. 엔진의 대당 가격은 10억원 정도로 알려진 만큼 회사의 실적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중동 국가도 두산인프라코어가 개발한 엔진 도입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독자기술로 개발했기 때문에 향후 유지·수리·부품 조달에서 강점이 있고 전차 수출시에도 국산화율이 높은 제품을 납품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협상에 유리한 측면이 많다.

엔진 사업의 외부매출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그동안은 건설기계 사업부에서 만드는 굴삭기 등에 탑재되는 엔진을 주로 만들어 왔지만 지난해 11월 세계 2위 지게차회사 독일 키온(KION)그룹에 프리미엄 지게차용 엔진 공급 계약을 따내는 등 엔진만을 별도로 수출하는 길을 활짝 열었다. 오는 2026년까지 북미·유럽 등에 총 10만7000대 엔진을 판매한다. 엔진 사업 매출액은 올해 1조원을 돌파해 2020년까지 연평균 11%씩 성장할 전망이다.

두산인프라코어 엔진사업부 매출 전망(왼쪽, 단위: 조원, 자료: 두산인프라코어)과 국내 굴삭기 시장 점유율 추이(오른쪽, 단위: %, 자료: 한국건설기계산업협회)
현대중공업(009540), 볼보건설기계코리아와 경쟁하고 있는 국내 굴삭기 시장에서도 지난해 점유율 40%를 회복하며 1위 입지를 단단히 다졌다.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통해 영업을 펼치고 있는 해외에서는 지난해 10% 수준의 성장을 달성했다. 올해는 5% 성장률이 기대된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북미 건설기계 시장은 주택산업 호조 등으로 우호적인 시장 환경이 지속되고 있고 유럽시장은 남유럽 중심으로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며 “중국시장에서는 공급과잉 해소가 마무리되면서 바닥을 찍은 듯한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재무구조 개선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중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다음 달 중으로 공작기계 사업부 매각작업을 마치고 이르면 올 3분기 안에 자회사 두산밥캣의 국내 증시 상장을 마무리한다. 지난 21일 한국투자증권, JP모간과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대표주관계약을 체결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공작기계 사업부 매각으로 부채비율을 203% 수준까지 떨어뜨린 가운데 두산밥캣 상장을 통해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는 약 8000억원은 차입금 상환뿐만 아니라 제품 개발 등의 투자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작년 영업이익 1023억원, 영업이익률 8.2%의 건실한 공작기계 사업부를 매각하지만, 인력 및 조직 개선 작업을 완료한 만큼 매출 증가 없이도 턴어라운드가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인건비와 구매가 등 비용 절감으로 인한 기대효과를 연 2376억원으로 보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과거 활황일 때 사업전략을 공격적으로 세웠다면 세계적으로 저성장 기조가 예상되는 올해는 지금의 시장 지위를 수성하고 다지는 기회로 삼을 것”이라며 “향후 시장이 살아나는 것을 지켜보면서 도약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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