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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49·사진)을 최근 서울 서초구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지난 5월 정무수석에서 자진 사퇴한 이후 정계에서 한발 물러나 있지만, 하루에도 약속이 10개가 넘을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내년 4월 치러질 20대 총선에서 서초갑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성공한 커리어 우먼이자 대표적인 여성 정치인으로 꼽히는 조 전 수석에게 사회생활과 가정 사이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여성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해달라고 하자 그는 갑자기 생각난 듯 대학 시절 산행 경험을 꺼냈다.
◇ 조윤선이 여성 후배들에게 주는 세가지 충고
조 전 수석이 힘들었던 산행의 기억을 꺼낸 이유는 간단했다. 일과 가정의 양립, 어려운 과제임에는 분명하지만 “지레 겁 먹고 포기하진 말라”는 것이다. 조 전 수석은 “길을 못 찾고 지도도 못 보겠으면 올라갔다 내려오는 사람 혹은 앞에 가는 사람들한테 물어봐도 된다”며 “그럼 산에서는 사람들이 정말 친절하게 길을 다 알려준다. 같은 입장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단 산에 들어선 다음에는 “받을 수 있는 도움은 다 받아라”라는 게 두번째 조언이었다. 조 전 수석의 표현에 따르면 ‘한 여성의 직장생활은 온 우주가 나서야 가능한 것’이다. 그는 “남편, 부모님, 동기, 친구, 직장 상사 할 거 없이 옆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한테 다 SOS를 하라”면서 “남이 도와줄 수 있는 데도 혼자 다 하겠다고 짐을 지려고 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했다.
그가 ‘워킹맘’ 후배들에게 당부하는 마지막 충고는 “절대 그만두지 말아라”였다. 조 전 수석은 “내 인생에 경력 단절이라는 건 없다고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한다. 그게 선택지가 안 돼야 일-가정 양립을 할 수 있다”며 사뭇 비장하게 말했다. 두 딸의 엄마이자 사회인으로서, 또 박근혜정부 초대 내각에서 1년간 여성가족부를 이끌었던 그의 고민이 묻어나는 대목이었다.
그렇다고 절대 쉬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조 전 수석은 “아이가 아프다든지 엄마의 보살핌이 필요한 때가 오면 일을 잠시 쉴수도 있지만 그걸로 경력이 끝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생각보다 인생이, 커리어가 길다. 아이가 크고 초등학교 들어가고, 대학을 졸업해도 나의 인생은 계속 남아 있는것”이라며 “단축 근무를 하거나 파트타임을 할 수도 있고 그래서 승진이 느려진다고 해서 절대 조급할 것 없다. 그런만큼 은퇴도 느려지는 것 아니겠냐”고 다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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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전 수석은 늘 그렇게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듯 했다.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조 전 수석은 “나와 남을 비교하지 않고, 어제의 나와 내일의 나를 비교하며, 하루하루 더 나아지려 하고, 인생을 풍요롭게 살고자 하는 분들”이라며 ‘정석’같은 대답을 내놨다.
사법고시 출신 최초 여성 변호사이자, 첫 여성 청와대 정무 수석 등 조윤선이라는 이름 앞에는 최초라는 타이틀이 많이 붙는다. 그 역시 다른사람이 아닌 스스로와 싸움을 벌인 결과였다.
특히 그가 정무수석을 맡은 것은 우리사회의 또 하나의 ‘유리천장’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여성 대통령 시대를 맞아 여성들의 고위직 진출이 더 활발해지는 추세지만 정무수석은 남성 중에서도 중진급이 맡는 것으로 생각되던 터였다.
조 전 수석 스스로도 대변인과 국회의원 등 다양한 공직 경험을 했지만 정무수석 시절 가장 많은 것을 배웠다고 인정했다. 그는 “정무수석은 국정의 모든 일이 지나가는 자리”라며 “다른 수석이 하는 일도 모두 정무적으로 판단을 하고 함께 일을 해야 하는 거니까.그 공부와 경험은 어마어마하다”고 했다.
◇ “정치에서도 여성 리더십이 빛을 발할 것”
조 전 장관은 여성의 리더십과 장점이 잘 발현될 수 있는 분야 역시 공공부문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그는 “여성의 리더십은 엄마같이 따뜻한 배려와 설득”이라며 “정치는 설득과 협상이 중요한 분야다. 그만큼 여성의 리더십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선진국으로 갈수록 여성 정치인의 리더십은 더욱 힘을 발휘하는 것 같다. 독일이나 핀란드, 호주 등을 보면 알 수 있다”며 “잘하는 자식은 스스로 뜻을 펼칠 수 있도록 해 더욱 잘하게 독려하고 쳐지는 자식은 더 처지지 않게 뒷받침을 해주는 것이 엄마의 역할이다. 정치에 있어서도 다르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내년 총선을 통해 국회 입성하게 되면 가장 주력하고 싶은 분야도 같은 맥락이었다. 조 전 수석은 “정부에서 일을 하다 보니 매년 예산을 편성하고 정권이 바뀌면서 우리나라가 일관성 있게 미래 이슈에 대한 정책을 만드는데 좀 소홀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포퓰리즘이 아니라 미래에 우리나라가 직면하게 될 이슈에 대해서 준비하고 대비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저출산 문제라든지 곧 닥칠 미래에 꼭 해야 하는 과제를 미리 논의하고 장래에 발효할 법을 미리 만들어 놓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선진국에는 그러한 사례가 굉장히 많은데 뜻을 같이 하는 분들과 이러한 사례를 벤치마킹해서 함께 해보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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