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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이 시대에 왜 연극을 하는지 아는 것부터가 시작이다”(이상우 예술감독), “차이무에서의 작업은 확실히 연기생활의 밑거름이 됐다”(배우 이성민), “2012년 ‘거기’ 이후 3년 만에 다시 배우로 무대에 선다. 차이무 단원 각자는 창작가다”(민복기 연출 겸 대표).
◇별들의 고향이자 일터
창단 20주년 기자간담회를 위해 극단을 찾았는데 영화나 드라마에서 봤던 강신일, 이성민, 전혜진, 최덕문, 박원상 등 낯익은 배우들이 눈앞에 왔다 갔다 한다. 영화 ‘밀정’ 촬영으로 중국과 한국을 오가는 1000만 배우 송강호나 창단 멤버 문성근, 유오성, 류태호, 여균동까지 끼었더라면 이곳이 영화 촬영장인지 대학로인지 헷갈릴 것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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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신드롬을 일으킨 드라마 ‘미생’에서 오상식 과장으로 열연한 이성민은 “차이무는 내 젊음을 지켜주는 곳”이라며 “중년이 됐는데 아직도 이상우 선생의 꾸지람을 듣는다. 마치 젊은 시절로 돌아가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어쩌다보니 사람들이 알아봐주는 배우가 됐지만 차이무에서 연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어떤 것이 좋은 연기일까 고민했던 시간이 지금까지 배우로 버틸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고 덧붙였다.
1997년 합류한 전혜진은 “따로 단원을 뽑지 않아서 연이 닿은 사람과 함께해 자유롭고 ‘척’이 없는 극단이라 지금껏 이어진 것 같다. 다른 극단에 있어보지 않았지만 차이무는 투명하고 공평했다. 버는 돈이 일정해도 선배라 더 받는 것 없이 대부분 공평하게 나눴다. 후배가 더 받는 경우는 있었다”고 귀띔했다.
◇사회풍자 연극…차이무 색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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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그해 7월 북한강 어느 막걸리집에서 술판이 벌어졌고 ‘우리끼리 연극을 만들자’는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연극 ‘플레이랜드’를 올린 것이 차이무의 시작이다. “배우 문성근과 1000만원씩 모아 2000만원으로 만들었는데 적자가 1000만원이었다. 하하”(이상우).
‘차원 이동 무대선(船)’이란 뜻을 가진 차이무의 특징은 독특한 색깔이다. ‘관객이란 승객을 태우고 재미와 즐거움이란 연료를 채워 새로운 차원으로 이동해 다른 관점에서 세상을 보여준다’는 의미처럼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생활언어로 맛깔나게 전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적절히 버무린 재기발랄한 풍자와 해학은 관객을 사로잡는다. 대표작인 ‘늘근도둑 이야기’ ‘비언소’ ‘양덕원 이야기’를 비롯해 ‘슬픈연극’ ‘바람난 삼대’에 이르기까지 풍자정신과 기발한 기법을 이어왔다. 2003년 이 감독에 이어 단원 출신 민복기가 대표직을 이어받은 뒤 따뜻한 휴먼드라마도 다수 제작했다.
◇“스스로를 창작자로 여기는 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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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강신일도 “차이무는 번역극을 올리던 다른 극단과 달리 우리의 삶을 무대에 올렸고, 여기서 나온 연기가 지금 영화와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연기의 바탕이 됐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민 대표는 “같이했던 선후배가 있어 가능했다. 배우로서 다시 무대에 서는데 감회가 남다르다. 앞으로 경로당 같은 극장을 만들어 지금처럼 공연을 계속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6일부터는 차이무가 창단 20주년 기념으로 올리는 연극 세 편을 연달아 볼 수 있다. 신작 ‘꼬리솜 이야기’(이상우 작·연출)와 ‘원 파인 데이’(민복기 작·연출), 앙코르 ‘양덕원 이야기’(민복기 작·이상우 연출)다. 신구 세대가 번갈아 가며 무대에 선다.
이 감독은 극단이 영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중요한 것은 극단이 오래가는 것이 아니다. 좋은 작품을 내놓을 수 있는 연출과 배우가 계속 나올 수 있는 바탕이 된다면 계속 가는 것이고 그런 힘을 소진한다면 구태여 그럴 필요가 없다. 다만 사람이 오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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