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방문 일정의 최대 하이라이트인 유엔(UN)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의) 핵개발을 비롯한 도발을 강행하는 것은 세계와 유엔이 추구하는 인류평화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0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 핵은 국제 핵 비확산 체제의 보존과 인류가 바라는 핵무기 없는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라며 이렇게 말했다.
박 대통령은 “최근에도 북한은 유엔 안보리 결의에 반하는 추가적인 도발을 공언한 바 있다”며 “이는 어렵게 형성된 남북대화 분위기를 해칠 뿐 아니라 6자회담 당사국들의 비핵화 대화 재개 노력을 크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추가도발보다는 개혁과 개방으로 주민들이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한반도 통일 비전과 관련, “평화통일을 이룬 한반도는 핵무기가 없고 인권이 보장되는 번영된 민주국가가 될 것”이라며 “70년전 유엔 창설자들이 꿈꾸었던 평화와 인간 존엄의 이상이 한반도에서 통일로 완성될 수 있도록 유엔과 모든 평화 애호국들이 함께 노력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저는 유엔이 1948년 대한민국 탄생을 축복해줬던 것처럼 통일된 한반도를 전 세계가 축하해 주는 날이 하루속히 오기를 간절히 꿈꾸고 있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은 일본의 집단자위권 법제화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하며 “이번에 통과된 일본의 방위안보법률은 역내국가간 선린우호 관계와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투명성 있게 이행되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과 관련해서도 “국제사회가 분쟁 속의 여성 성폭력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 2차 대전 당시 혹독한 여성폭력을 경험한 피해자들이 이제 몇 분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분들이 살아계실 때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해결책이 조속히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브라질, 미국, 폴란드, 중국, 요르단, 러시아 정상에 이어 7번째로 연단에 오른 박 대통령은 약 23분 동안 연설했다. 하늘색 정장 상의 차림으로 총회장에 입장한 박 대통령은 애초 29일 새벽 0시45분(한국시간)에 연설할 예정이었지만 앞선 정상들의 연설이 길어지면서 약 40분 늦어진 1시27분에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연설 도중 모두 5차례에 걸쳐 박수를 받았다.
박 대통령의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북한 대표부 자리에는 2명의 인사가 앉아 있었고, 이 중 한 명은 박 대통령의 연설을 주의 깊게 경청했다. 지난 26일 박 대통령의 유엔 개발정상회의 기조연설을 지켜봤던 리수용 북한 외무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이날 연설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평화로, 모두 30차례 언급됐다. 뒤를 이어 인권(17차례), 개발(16차례), 북한(14차례), 안보(13차례), 한반도(8차례), 통일(5차례), 도발(4차례) 등의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