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6일 대한의사학회 창립 6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발표될 경인교대 김호 교수의 논문 ‘조선 왕실의 식치(食治) 전통’에 따르면, 조선시대 왕실에서는 약으로 병을 다스리는 것보다 음식을 통해 몸을 보양하는 ‘식치’를 더 중요시했다. 좋은 음식이 병치레 후 회복을 빠르게 할 뿐 아니라, 입맛을 잃게 하는 쓴 약보다 건강에 더 낫다고 본 것이다.
‘승정원일기’ ‘조선왕조실록’ 등의 기록을 보면, 조선 왕실의 가장 대표적인 보양식은 쌀을 담가 불린 후 간 데다가 우유를 넣어 약한 불에 끓인 ‘타락죽(駝酪粥)’이었다. 타락죽은 원기를 회복시키는 효과가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음식’으로 평가됐으며, 여기에 쓰일 우유를 언제든 구할 수 있도록 왕실 음식 담당부서에서 직접 암소를 키웠다는 기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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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각종 약재를 쪄서 가루를 내 만든 ‘구선왕도고(九仙王道?)’라는 떡과 ‘붕어찜’은 왕실에 가장 많이 올려진 보양식이었다. 효종때 신하들이 중전에게 붕어찜을 권하면서 “붕어찜은 위장을 보호하고 원기를 회복하는 성약(聖藥)”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한두 가지 약재만 넣고 끓여낸 ‘약차(藥茶)’도 왕실에서 즐겨 마셨다. 약물은 잘못 먹으면 큰 탈이 나지만, 약차는 그럴 염려가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인삼차는 왕실에서 가장 즐겨 마시던 약차였으며, 인동꽃으로 만든 금은화차(金銀花茶)는 열기를 식혀주는 효과가 있어 침을 맞은 후 우황가루를 섞어 마셨다고 한다.
이 밖에도 소의 위를 삶은 요리와 누런 닭, 메추라기, 전복, 납설수(동지에 내린 눈을 녹인 물) 등이 왕실의 보양식으로 자주 올려졌다. 김 교수는 “단순하고 구하기 쉬운 음식 위주로 왕실 보양식단이 짜였던 것은 조선 성리학의 절제 윤리가 영향을 끼쳤기 때문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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