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CEO칼럼)구자천 대표, "찬란한 문화 유산의 그늘"

임종윤 기자I 2007.07.23 10:00:00
[신성델타테크 구자천 대표]  서로 악수를 하고 포옹을 하며 이별의 아쉬움을 달래고 있었다. 나와 아내는 플랫폼을 향했고, 결혼식을 올린 조카 부부는 역을 떠나며 연신 두 손을 흔들었다. 아름다운 이 모습은 불과 2∼3분에 끝이 났고 아내의 손에는 처음 보는 검정색 가방 손잡이가 걸려 있었다. 아차! 당했구나! 질풍 노도와 같이 뛰어 역 대합실을 뒤졌으나 우리 가방은 보이지 않았다. 

빈둥거리는 경찰은 오히려 자기에게 일거리가 생겨 고맙다는 표정을 지으며 4장의 서류를 완성하는데 무려 3시간이나 걸렸다. 한심한 경찰에게 물었다. “공공장소에 치안 유지를 위해 CCTV를 설치하지 않느냐?” 공공성보다 프라이버시를 앞세운다는 말은 이해가 되지 않았고, 복지를 추구하는 유럽의 선진국은 서서히 병들어 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파리행 기차에 올랐다. 벨기에의 안트베르프 하늘엔 음침한 그림자가 드리운 것 같았다. 여우를 피하면 호랑이를 만난다고들 한다. 열차에서 이야기하는 모든 여행객들은 우리에게 동정을 보내며 반드시 당부하는 말이 있었다. 파리는 더 무서운 곳이니 조심하라고….

루이 14세의 시기심은 베르사이유 궁전을 건설케 하고 나폴레옹의 용맹과 승전 깃발은 멋지게 개선문을 통과했으나, 그들이 압류한 세계의 문화유산은 루브르 박물관에 영치되어 잠을 자고 있었다. 박물관 입구에 놓여진 매표소엔 매일매일 돈만 쌓여 가고 있었다.  

콜로세움과 판테온 신전, 그리고 애천을 자랑하는 로마 역시 조상들의 문화유산을 자랑하고 있으나, 거리엔 온통 소매치기와 도둑들이 활개치고 있는 것 같았다. 찬란한 문화유산 속에서 조상의 은혜로 먹고 사는 백성들의 어두운 미래가 보였다. 복지정책은 한계에 도달했고, 불청객 이방인들이 이곳 저곳에서 난동을 부리며 도적질하고, 집시의 행렬은 끊이지 않고, 시민들의 기초질서 정신은 실종되어 가고 있었다. 그들은 창의성과 개척정신으로 새로운 집을 짓기보다는 헌 집에 횟가루나 바르고 약간의 미장을 하는 것이 그들에겐 더 큰 소득을 가져준다. 

우리는 작은 땅에 살고 있다. 그들처럼 찬란한 문화유산을 갖지 못했다. 그러나 더 큰 희망이 있는 것은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일터가 마련되어 있고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가지고 미래를 열어가는 열정이 있다는 것이다. 과거의 아름다움과 영광을 보며 자만하지 않고, 미래의 꿈과 희망을 설계하는 대한민국의 하늘엔 해맑은 태양이 솟아오르고 있다. 
 
구자천 대표
<약력>
1977년 2월 연세대 문과대학 졸업
1982년 2월 연세대 경영대학원 졸업
2003년 4월 근로자의 날 경영자부문 `대통령상`수상
2006년 5월 중소기업 경영자부문 은탑산업훈장 수훈
2007년 2월 창원대 경제학 박사
신성델타테크(주)
1987년 11월 신성델타테크(주) 설립
1992년 12월 대통령상 표창(산업계 5대 더하기 운동)
2002년 12월 국무총리상 수상(신노사문화대상)
2004년 8월 코스닥 상장
2006년 9월 신노사문화 우수기업 선정
2006년 12월 과기부 부총리상 수상(대한민국 신성장 경영대상)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