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금리 인하 시사한 美…한미 금리 역전폭 좁혀지나

하상렬 기자I 2024.08.01 07:21:22

美 7월 FOMC서 8회 연속 정책금리 동결
제롬 파월 연준 의장, 9월 금리 인하 시사
시장, 연말까지 3차례 인하 베팅…잭슨홀 주목
가계부채·환율 강조한 한은, 8월 금리 인하 신호 주나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8회 연속 정책금리를 동결하면서 한미 금리 역전폭이 1년이 넘게 2%포인트로 지속됐다. 다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한국은행과의 금리차가 이내 좁혀질 것이란 평가가 따른다.

◇‘비둘기’ 파월

연준은 우리나라 시각으로 1일 새벽 FOMC 회의를 통해 정책금리를 연 5.25~5.5%로 동결했다고 밝혔다. 8회 연속 금리 동결로, 연준은 작년 7월 정책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올린 이후 △9월 △11월 △12월 △올 2월 △3월 △5월 △6월 △7월 연속해서 금리를 동결했다. 한은 기준금리가 연 3.5%인 점을 고려하면 한미 금리 역전폭은 2%포인트로 1년 넘게 유지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하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며 “데이터의 총체성, 진화하는 전망, 위험의 균형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신뢰 상승과 견고한 노동 시장 유지와 일치하는지 여부가 문제인데, 이 테스트가 충족한다면 9월 회의에서 금리인하가 논의될 수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9월 금리 인하 조건에 대한 구체적인 예시도 제시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둔화하거나 기대 경로에 맞춰 둔화하는 가운데 경제 성장세가 강하게 유지되고 고용시장 상황이 현 수준에서 유지된다면 9월 회의 때 금리 인하가 테이블 위에 오를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연준은 인플레이션에 있어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연준은 성명에서 “인플레이션은 지난 1년간 완화됐지만, 여전히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최근 몇 달간 위원회의 2% 목표를 향해 약간의 추가 진전은(some further progress) 있었다”고 명시했다. 지난 6월 회의서 ‘완만한(modest)’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한 것보다 더 긍정적으로 바뀐 것이다.

또한 연준은 “고용과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에 대한 리스크가 계속해서 더 나은 균형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판단한다”면서 “위원회는 이중 책무의 양쪽에 대한 위험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롬 파월 의장은 이번 회의에서 금리 인하 논의가 있었다고도 언급했다. 그는 “이번 회의에서 어떤 경우에 금리 인하를 할 것인지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가 오갔다”고 전했다. 그는 “정책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적절한 시점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아직은 그 시점에 이르지 않았다”며 이날 동결결정에 대한 배경을 설명했다.

차기 FOMC 회의는 오는 9월 17~18일 열린다. 파월 의장은 8월말 잭슨홀 경제정책심포지엄에서 보다 명확한 금리 인하 신호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자료=한국은행
◇韓 금리 인하 전제, 가계부채·환율

파월 의장의 금리 인하 신호에 시장은 환호했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대형주 벤치마크인 S&P500지수는 1.58%, 나스닥지수는 2.64% 상승했다. S&P500과 나스닥 지수는 한 때 2.1%, 3.2%까지 오르기도 했다. 다우존스 30산업평균지수도 0.24% 올랐다. 미국채 2년물과 10년물 금리는 각각 9.9bp, 10.8bp가량 하락했다.

시장은 올해 세 차례 금리 인하에 베팅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패드워치에 따르면 9월 금리인하 가능성은 100%로 반영하고 있다. 11월 50bp 이상 인하할 가능성은 78.3%, 12월 75bp 이상 인하할 확률은 79.2%를 가리키고 있다.

연준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시점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은이 오는 22일 열리는 8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하 신호를 주고, 10월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한은은 지난달 금통위 당시 결정문을 통해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인플레이션 안정에 많은 진전이 있었고 목표 수준(2%)으로 수렴할 것이란 확신도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에 향후 적절한 시점에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통위는 가계부채 증가세와 원·달러 환율 변동성 안정을 금리 인하의 전제로 꼽았다. 지난달 30일 공개된 7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모든 위원은 수도권 중심 주택 가격 상승과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 가계 부채 증가세에 우려를 표했다. 또한 미국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 등 대외 요인에 따른 환율 변동성 확대도 경계해야 할 요인으로 꼽혔다.

한 위원은 “향후 물가 및 주택가격의 추이를 면밀히 확인하며 금리 인하 시점을 결정하되, 금리 인하가 금융시장 불안정 요인을 확대하지 않도록 거시건전성 정책과 긴밀히 공조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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