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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원장은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고금리의 충격이 크다”며 “금리가 내려가면 중소기업은 대출 이자에 대한 부담이 줄고 벤처기업의 경우에도 자금조달이 수월해지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어려운 데다 현금 보유량, 금리 변화에 대한 위험회피 수단도 확연히 차이가 나 고금리에 대응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는 “우리나라 통화정책은 미국과 궤가 비슷한데 양국의 물가 상승 원인이 다르다”며 “미국은 재난 지원금을 너무 많이 뿌렸기 때문인 반면 우리나라는 인건비와 원자재 등 비용 상승이 원인이다. 단순히 미국을 따라 금리를 찔끔 올리는 것만으로는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단순히 금리만 놓고 보기에는 산업 생태계가 많이 변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며 “금리 인하만으로는 밑바닥까지 온기가 전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제했다.
거시적 관점에서 고금리 장기화로 타격을 받은 중소기업 생태계를 구조적으로 변화시킬 방안도 제시했다. 한계기업의 ‘옥석 가르기’다. 하지만 정부에서 구조조정이라는 프레임으로 접근하기보다 은행권에서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오 원장은 “한계기업은 이자보상비율을 기준으로 정의하는데 그것은 학자들이 내놓는 숫자일 뿐 기업가가 ‘내가 빚을 내서라도 사업을 하겠다’고 하면 말릴 수 없는 것 아니냐”며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만기 연장을 계속해주다 보니 은행 입장에서 한계기업이 악성인지, 가능성이 있는지 판단을 못했다”고 했다. 이어 “이제라도 괜찮은 기업은 자금을 지원하고 여력이 없다고 판단한다면 은행에서 정리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원장은 만성적 한계 중소기업의 퇴출을 유도하는 디레버리징(빚 감축) 정책 중 하나인 배드뱅크(부실채권 전담은행)도 언급했다. 그는 “은행권에서는 배드뱅크 개념으로 새출발기금을 얘기하지만 그것은 대출 갈아타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별도로 배드뱅크가 필요하다”며 “금융기관이 부실 채권을 배드뱅크로 매각하려면 해당채권의 악성여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배드뱅크가 필요하다는 것은 시장이 이런 역할을 해 달라는 메시지도 담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기 위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유럽에서 시행한 중소기업지원팩터제 도입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은행은 위험 부담이 큰 대출을 제공할 때 더 많은 자기자본을 쌓도록 돼 있다. 중소기업지원팩터는 이 자본금을 24% 가량 절감시켜 부담을 줄이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 촉진을 위해 일정 비중을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중기대출의무비율제도’를 운영 중이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