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에선 이른바 ‘게임스톱 현상’이 매니아 층의 개인투자자들을 다수 보유한 비트코인과 여타 가상자산에도 긍정적인 힘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지만, 과열에 대한 우려는 게임스톱은 물론 가상자산에도 옮겨 붙을 수 있는 만큼 경계심이 필요한 대목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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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이번 주에도 저명한 경제학자인 케네스 로고프 하버대 교수나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 등이 비트코인에 대한 비관적인 지적을 내놓았다. 다만 아이비리그 대학 기부금펀드들까지 비트코인 투자에 나서는 등 기관투자가들의 관심은 여전하다.
◇“비트코인 정부가 개입, 결국 정부가 이긴다”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정부가 규제를 통해 개입할 것입니다. 그리고 결국엔 정부가 이길 수밖에 없을 겁니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냈던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가 비트코인에 대해 버블(거품) 가능성을 지적하며 이 같은 전망을 내놓았다.
로고프 교수는 블룸버그 서베일런스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투기적”이라고 규정하며 “개인적으로 그동안 비트코인에 대해 비관적이었지만, 실제 그 가격은 계속 올라왔다”고 말했다.
그는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몇 가지 궁극적인 궁금증이 있는데, 하나는 그 용도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사람들이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 가치를 가질 수 있는 것인가 하는 것”이라며 “결국 그렇다면 비트코인 가격 상승은 버블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로고프 교수는 “일부 (시장경제에) 실패한 국가에서 비트코인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이를 통해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가진 국가에서는 일부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정부가 그렇게 대규모로 익명 거래가 이뤄지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는 이를 허용하지 않고 개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비트코인이 어떤 유용한 사용처를 찾지 못하다면 결국 그 버블도 터질 것”이라며 “개인적으로는 그런 유용한 사용처가 없을 것이라 바라지만, 디스토피아에 대한 헤지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비리그 대학 기부금펀드도 비트코인 투자
하버드와 예일, 브라운 등 미국 아이비리그 명문대학들이 운용하는 기부금 펀드가 적어도 1년 전부터 가상자산에 투자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코인데스크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미국 내 명문대학인 하버드, 예일, 브라운, 미시간대 등이 동문이나 기업들로부터 받은 기부금으로 운용하는 펀드가 코인베이스를 비롯한 미국 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 계좌를 통해 가상자산을 직접 매입해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현재 꽤 많은 기부금 펀드들이 가상자산에 일정 부분 자산을 배분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이들 기부금 펀드들이 코인베이스에 길게는 18개월 이상 계좌를 가지고 있었다”면서 투자 기간이 꽤 오래 됐음을 시사했다.
대학 기부금 펀드는 주로 학생들에 대한 장학금과 연구비 지원 등에 쓰이는 자금으로, 하버드대는 미국 대학들 중 가장 많은 400억달러대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이들 대학은 이미 지난 2018년부터 교 내에 블록체인 강좌를 개설하거나 가상자산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벤처펀드를 조성하는 등 이 분야에 관심을 가져왔다. 하버드와 예일은 물론 스탠퍼드와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다트머스, 미시건 등이다.
소식통은 “아마 지난해 중반부터 투자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며 “이들 대학이 연내 어느 시점이 되면 투자 사실을 공개할 것으로 보이며, 이미 투자한지 1년 이상 됐던 만큼 수익률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게임스톱 스토리, 비트코인에도 힘”
숫자가 늘어나면서 차츰 결집하는 힘을 발휘하고 있는 개인투자자들이 월스트리트로 대변되는 금융 기득권에 대항하고 있는 게임스톱(GameStop)과 같은 스토리는 대표적인 가상자산인 비트코인에도 긍정적인 힘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월가 유명 헤지펀드 중 하나인 스카이브릿지 캐피탈을 이끌고 있는 앤서니 스카라무치 창업주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른바 ‘게임스톱 현상’은 금융에서의 탈중앙화는 강화시킬 것으로 보이며, 바로 이런 탈중앙화야말로 비트코인이 가지는 핵심적인 정신”이라고 말했다. 특히 “널리 보급된 스마트폰과 그로 인해 낮아진 비용의 주식 매매는 종전의 배타적이고 매우 중앙집중화된 자산관리업을 민주화시키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카라무치 창업주는 “현재 게임스톱에서 나타나는 개인투자자들의 행동은 비트코인이 가지는 개념이 잘 작동될 수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며 “탈중앙화된 대중의 힘이 얼마나 강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며, 이는 탈중앙화 금융에 대한 확신을 더 갖게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이야말로 개인투자자들의 시대이며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BIS 총재 경고 “비트코인 본질적으로 위험”
비트코인은 본질적으로 위험하며 앞으로도 디지털화폐는 중앙은행들만이 발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제결제은행(BIS) 총재가 경고하고 나섰다.
국제금융 안정을 위해 설립된 국제은행으로 ‘중앙은행들의 중앙은행’으로 불리는 BIS의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후버연구소에서 가진 강연에서 이 처럼 비트코인 가격 하락을 경고했다.
그는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이 일거에 무너져 내릴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며 “총 공급량인 2100만개에 근접할수록 그(=비트코인 블록체인) 시스템이 주요한 공격으로부터 취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페이스북이 주도한 디엠과 같은 스테이블코인도 개별 민간기업이 그 자산가치를 지지하고 거버넌스 이슈에 대응하도록 설계돼 있는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건전한 통화는 시장경제의 핵심이며 중앙은행들만이 건전한 통화를 공급할 수 있는 지위를 가진다”면서 “만약 디지털화폐가 필요하다면 중앙은행들이 이를 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트코인 1만9000달러에 팔곤 똑똑하다 착각”
“비트코인이 5000달러일 때 산 뒤 1만9000달러에 팔고선 제가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죠. 그러나 저는 비트코인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던 겁니다.”
과거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를 이끌었던 ‘투자 구루’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경제 자문역이 자신의 가상자산 거래 경험을 솔직하게 공개해 주목받고 있다. 그는 금융혁신연구센터(CSFI)와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는 가상자산은 지급결제 생태계 내에 속한다고 늘 믿었고, 그런 점에서 그 자체가 글로벌 통화가 되진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비트코인이 1만9000달러 정도일 때 미국의 한 TV쇼에 출연해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당시 그는 “비트코인 가격이 다시 5000달러 아래로 내려가지 않으면 투자할 일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후에 비트코인 가격이 그 수준까지 떨어지자 그는 투자에 나섰다. 엘에리언 자문역은 “비트코인이 5000달러가 됐을 때 매수한 뒤 1만9000달러까지 올라갈 때 팔았다”며 “당시 나는 내가 가장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몇 가지를 고려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1만9000달러까지 갔을 때 오버슈팅이라는 기술적인 요인만 봤다”며 “그 이후에 불과 4주일 만에 비트코인 가격이 3만8000달러까지 올라가서 나 스스로를 바보로 느끼게 될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과거 가상자산에 대한 의견을 거의 피력하지 않았던 엘에리언 자문역은 지난 2018년에 “2000년 초 닷컴버블 붕괴가 있었지만, 디지털화폐는 결고 죽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민간은 물론 공적 영역에서도 더 폭넓게 활용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 (투자) 경험을 토대로 보면 나는 비트코인에 대해 극단적인 수준 이외에는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알려준다”고 고백했다.
◇도지코인 급등에 로빈후드 가상자산 거래제한
개인투자자들이 주로 활용하는 무료 자산 거래 어플리케이션(앱)인 로빈후드(Robinhood)가 일시적으로 개인투자자들이 신규 자금을 통해 가상자산 투자에 나서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조치에 나섰다.
최근 개인투자자들이 집중적인 매수로 게임스톱(GameStop) 주식이 급등락하며 뉴욕증시 불안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개인들의 투자 열풍에 비트코인 가격이 다시 오르고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어와 행동 등을 모방해 만든 사진이나 영상)’ 코인으로 불리는 도지코인 등의 가격이 급등한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몇몇 개인투자자들의 제보를 통해 로빈후드가 이날 아침부터 가상자산 투자를 위해 계좌에서 신규로 자금을 가져오는 것을 차단했다고 보도했다. 로빈후드 앱에 현금을 이미 가지고 있는 투자자들은 비트코인 등을 살 수 있지만, 계좌에서 현금을 가져와야 하는 경우엔 ‘즉시 매수’ 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
이렇다 보니 이미 입금돼 있는 자금으로만 비트코인 등을 살 수 있을뿐 사실상 추가로 계좌에서 자금을 가져올 수 없게 된 것이다. 통상 계좌에서 현금을 가져오는데 닷새 정도가 소요된다.
이에 로빈후드 측도 “현재 특별한 시장 상황으로 인해 우리는 가상자산 거래를 일시적으로 제한했다”면서 “소비자들은 여전히 가상화폐를 매수할 수 있고 우리는 시장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소비자들과 계속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로빈후드 측이 언급한 ‘특별한 시장 상황은 게임스톱 주가 동향에 따라 비트코인이 함께 상승하는 한편 도지코인과 같은 밈 코인이 급등하는 상황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2013년 IT회사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개발한 것으로, 시바견이 포함된 밈을 사용하는 등 처음에는 장난식으로 만들어진 코인으로, 게임스톱 주가 급등을 이끈 개인투자자들의 토론방이 개설된 레딧에서 관심을 가진 덕에 도지코인 가격은 한때 800% 이상 폭등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