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용 부동산에 몰리는 뭉칫돈…규제 초읽기에 경고등

하지나 기자I 2021.01.28 05:30:00

집값 규제에 대체투자처로 상업용 부동산 부각
파크원타워2 1조원 매각 ''최고가''…거래마다 신고가
코로나19 공실에도 저금리에 시세차익 노리고 투자 증가
정부여당, 대출 규제 시사…인위적 규제 부작용 우려도

[이데일리 하지나 신수정 기자] 서울 강남구에 사는 자영업자 A씨(60)는 10년 째 살고 있는 집이 32억원까지 치솟자 이를 팔고 12억짜리 아파트로 옮겨갔다. 고가 주택 규제가 많아 다운사이징을 한 것이다. A씨는 대신 잠원동 인근에 4층짜리 꼬마빌딩 한 채를 샀다. 매수액은 62억원으로 사상최고가였다. 아파트를 팔아 남은 차익은 대략 20억원이었지만, 상업용부동산은 담보대출을 70%까지 받을 수 있어 나머지는 제1금융권 대출로 해결했다. A씨는 “요즘 코로나 때문에 임대 수익은 줄었지만, 금리가 2%대로 낮고 건물 가격은 더 오를 것으로 판단해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주택시장에 대해 초고강도 규제정책을 쓰면서 뭉칫돈이 상업용 부동산으로 몰리고 있다. 특히 거래 때마다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어 일부에선 ‘폭탄 돌리기’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는 저금리상황 지속으로 시중에 넘치는 유동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됐기 때문이다. 특히 주택시장을 규제하면서 상업용 부동산으로 대거 흘러들었다는 분석이다.

(그래픽= 이동훈 기자)
27일 부동산종합서비스회사 JLL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거래된 50억원 이상 오피스빌딩 거래액은 16조568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거래 건수(239건)만 놓고 보면 2년 전인 2018년(261건)보다 줄었지만, 빌딩 가치가 높아지면서 거래 총액은 25% 넘게 증가했다.

실제로 서울시 강남구 강남역에 있는 A급 오피스빌딩 플래티넘타워는 지난해 10월 사상최고가인 3136억원에 거래됐다. 이는 8년전인 2012년 거래액 1525억원의 두 배를 훌쩍 뛰어넘는 액수다.

꼬마빌딩도 마찬가지다. 서울 안에서 50억원 이하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공실 위험은 커지고 있지만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고공 행진하는 상황이다. 2016년 연예인 이시영 씨가 매입해 화제가 됐던 성동구 성수동1가 꼬마빌딩을 당시 22억원이었지만, 2019년 3~4층 주택을 제2종 근린생활시설로 용도변경 후 지난해 43억원에 매각했다. 93% 가량의 시세차익을 얻은 셈이다.

오동협 원빌딩 부사장은 “연남동, 신사동, 성수동 등 상권이 확대된 지역의 경우 4년새 꼬마빌딩 가격이 대부분 70% 가량 올랐다”면서 “대출 규제나 보유세·취득세 등 세금 부담 등을 감안했을 때 상가 투자에 대한 문의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의 부동산 대출 역시 꾸준히 증가추세다. 지난해 3분기 국내은행의 기업대출금 중 부동산·임대업 대출 잔액은 209조7494억원에 달한다. 전년 말 대비 1477억원이 증가했다.

정부 여당은 상업용 부동산 시장 과열 조짐에 대출 규제 가능성을 시사하며 시장 경고에 나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과잉 유동성 시장에서 인위적인 규제가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주거용이든 상업용이든 부동산시장에 자금이 흘러가는 것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시장 안정화를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불가피하지만 자칫 체계적으로 관리 감독하지 못할 경우 역외투자나 대체투자시장 침체 등 부작용을 양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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