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에는 ‘절충교역’이라는 제도가 있다. 국외로부터 무기 또는 장비를 구매할 때 관련 기술 등을 이전받거나 해당 국가로 국산무기 및 부품을 수출하는 등의 일정한 반대 급부를 조건으로 하는 교역이다. 소총 한 자루 만들지 못했던 대한민국이 국산 무기체계를 개발하고 수출국 반열에 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도 절충교역을 활용한 덕분이다.
◇절충교역, 국내 방산 고도화 토대 마련
실제로 1982년 제도 도입 이래 지난 2018년까지 604개 사업에서 절충교역을 통해 기술확보 107억 달러(약 12조4500억 원), 수출 70억 달러(8조1400억 원), 장비획득 54억 달러(6조2800억 원) 등 총 231억 달러(약 26조 8800억 원) 상당의 효과를 창출했다. KF-16 전투기 기술 도입 생산 사업의 절충교역으로 T-50 훈련기 설계 기술을 얻었다. F-X 1차 사업을 통해선 B737·AH-64·F-15K 항공기 등의 부품 사업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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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사업청은 국내 방산기술 향상에 따른 상대국의 견제와 수출 통제 강화 등으로 전력화 지연의 요인이 되고 있어 절충교역을 고집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유상으로 절충교역을 체결하는 사례도 발생해 기본사업비 증가 문제는 감사원으로부터 지적도 받았다. F-35A 구매 조건으로 군 통신위성을 이전받기로 했지만 미국 업체가 거부해 결국 돈을 내고 사온 꼴이 된게 대표적이다.
◇“절충교역 의무화 존치 효과 더 커”
이에 따라 방위사업청은 지난 2017년 내부 지침을 개정해 미국 정부와의 무기거래를 의미하는 대외군사판매(FMS)에서 절충교역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2014~2018년의 FMS 계약이 전체 외산 무기 구매액의 69%에 달한다. 절충교역 폐지나 축소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특히 방위사업청은 지난 20대 국회에서 방위사업법 개정을 통해 절충교역 의무조항을 아예 삭제하고 ‘산업협력’이라는 용어로 바꿔 선택 사항으로 전환하려 했다. 국회가 종료돼 자동 폐기되긴 했지만, 시행령에는 면제가 가능토록 여전히 규정돼 있어 법 해석이 상충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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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년 국회 국방위 수석전문위원은 방위사업법 개정안 검토보고서를 통해 “약 130여개 나라에서 군수물자 조달에 대해 절충교역을 도입하고 있고 대다수 국가가 제도를 의무화하고 있다”면서 “방산수출의 30~45% 이상을 절충교역으로 확보하는 나라도 있기 때문에 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