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책은 어린이만?...힐링주는 '어른 동화' 읽어요"

김은비 기자I 2020.09.16 06:00:00

''어른 동화책'' 판매량 123% 증가
전 세대 공감할 수 있는 동화·우화 등
"그림 많아 부담없고, 간결한 메시지 위로 전해"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직장인 이은혜(28)씨는 최근 동화책 읽기에 빠져있다. 여행 중 잠깐 들른 그림책방에서 ‘흔한 자매’라는 책을 접한 후 ‘어른 동화’에 관심이 생겼다. 동화책이라는 점에서 평소 읽기 부담스러워 했던 책에 쉽게 손이 갔다. 이씨는 “위로를 받고 싶거나 마음이 따뜻해지고 싶은 날 특히 어른 동화를 찾게 되는 것 같다”며 “어른이 읽기에 유치할 것이라는 인식과 달리 편하게 읽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평소 책을 즐겨 읽는 양인해(38)씨는 최근 드라마를 보면서 동화책 중에서도 성인을 위한 인사이트가 있는 책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어른 동화’를 찾아 읽기 시작했다. 양 씨는 “동화는 정서적으로나 관계적으로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있다”며 “나이가 들다보니 뭐든 현실에 안주하는 경향이 생겼는데 어른들에게도 어떤 방식으로든 도전에 대한 의욕 같은 걸 심어준다”고 말했다.

동화책은 어린이들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사라지고 있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가 최근 독자들에게 각광받는 장르로 떠오르고 있다. 예스24가 14일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어른을 위한 동화’ 분야 도서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123.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새 최고치다. 지난해에는 2018년 동기대비 판매량이 10.6% 감소한 것과 대조적인 결과다.

어른 동화는 어린이 동화와는 별개의 도서 분야로 분류된다. 출판사나 서점에서 전 세대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동화, 우화 등을 해당 카테고리로 분류한다. 에세이, 소설과 달리 책 속에 그림이 많다. 시처럼 간결하고 서정적 표현을 이용하지만 형식에서 시와는 또 다르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표현이 어색할 수도 있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어린왕자’, ‘연어’ 등이 어른 동화에 속한다.

어른들 사이에서도 동화책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온 신경을 집중해서 읽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부담없이 책을 읽을 수 있다. 동화책의 가장 큰 특징인 풍부한 그림은 일상생활에서 갖기 힘든 상상력을 자극한다. 복잡한 구성과 많은 설명이 없으면서도 간결하고 직관적인 표현들은 성인물에서 전개되는 극단적인 상황이나 감정의 경험을 피할 수 있다보니 정서적인 위로까지 얻을 수 있다.

책 속 메시지들이 성인들에게 통찰을 준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고향을 찾아가는 연어의 성장 과정을 담은 ‘연어’와 금이 가고 깨지더라도 오롯이 살아가려는 컵의 모습을 담은 ‘컵 이야기’ 등 동화책은 주로 꿈, 성장, 도전을 주제로 다룬다. 동화라는 형식을 빌려 전하는 이 같은 주제는 소설, 에세이와는 또 다른 감성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예스24 관계자는 “사회에 막 진입한 2030 사회 초년생 및 사회인들이 일상의 고단함을 달래는 방법으로 동화 읽기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어른동화 카테고리에서 많이 읽은 책은 ‘어린왕자’, ‘인생 우화’, ‘연어’, ‘안데르센 동화전집’, ‘그림형제 동화전집’ 등이 있다. 시대의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읽을수록 더 많은 내용이 보여 새롭다는 스테디셀러가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 도서의 성별 연령별 구매자를 분석한 결과 30대가 32.5%로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40대(28.8%), 20대(23.5%) 순으로 나타났다. 또 여성이 76%로 남성보다 훨씬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3년 전과 비교했을 때 20대는 16%, 30대는 12% 가량 판매율이 늘었다.

올해 ‘어른 동화’의 성장을 견인한 주요 원인으로는 인기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여주인공이 극중 그린 동화가 실제 출간된 점도 있다. 정신병동 보호사와 동화 작가로 등장한 주인공이 드라마 속에서 어른들을 위해 그린 동화 ‘악몽을 먹고 자란 소년’, ‘좀비 아이’, ‘진짜 진짜 얼굴을 찾아서’, ‘봄날의 개’, ‘손 아귀’ 등 5종이다. 책은 출간과 함께 예스24 8월 3주 종합 베스트셀러 10위에 모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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