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이 (다세대주택) 전세 계약을 갱신하려고 한다. 이 집이 좋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선택지가 없어서 갱신하는 것이다.”(노00, 31세)
저금리·임대차3법 시행 등으로 아파트 전셋값이 폭등하면서 사회 초년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오피스텔·다세대 가구 등에서 아파트로 ‘점프’하려던 계획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오피스텔(다세대 가구) 전세→아파트 전세→아파트 매매로 이어지는 ‘사다리’가 무너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사회초년생들은 “아파트 세입자들한테만 좋은 임대차법”이라고 토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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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시내 소형 아파트도 전셋값 상승세에 합류한 상태다. 동작구 사당동 사당극동 아파트(전용 59㎡)는 지난 3일 4억 5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비교적 선호도가 떨어지는 1층이었지만,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 아파트는 지난 6월 12일 3억 6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는데, 두 달도 지나지 않아 2억 가까이 뛴 것이다.
광진구 자양동 자양우성1차 아파트(전용59㎡)도 지난 6일 처음으로 4억원대에 진입했다. 7월 초만해도 3억 2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이뤄졌던 아파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8월 첫째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17% 상승했다. 6월 첫째주 0.04%를 보이던 전셋값 상승률은 7월 첫째주부터 0.1%대로 진입했다. 이후 7월 전셋값 상승률은 꾸준히 올라 7월 마지막주 0,14%를 기록, 8월 들어 더 크게 오른 것이다.
문제는 아파트 전셋값이 큰 폭으로 뛰면서 ‘오피스텔족’들의 진입이 막혔다는 것이다. 원룸에서 벗어나 저가 아파트 전세라도 구하려던 사회초년생들의 실망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3년 차 정모(32)씨도 올해 말 원룸 생활을 청산하고 아파트 전세로 들어갈 계획이었으나, 높은 전셋값에 겁먹어 다시 전세 계약 연장으로 마음을 굳혔다. 정씨는 “3개월 전까지만 해도 3억원대였던 아파트 전셋값이 1억 이상 뛰었다”며 “모아놓은 목돈으로는 터무니없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전세자금대출 금액이 늘어나면서 내야 할 이자 부담이 겁났다”고 말했다. 그는 “사다리가 걷어차인 기분”이라고 덧붙였다.
심지어 아파트 전세 매물조차 없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실제 사당극동아파트의 경우 7월 전세계약은 단 한 건도 없는 대신 반전세 1건(보증금 2억 6000만원·월세 30만원) 월세 1건(보증금 5000만원·월세 115만원) 계약이 체결됐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 매물이 아예 없다”며 “예전에는 1인가구도 전세 계약을 하기도 했는데 최근 들어서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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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오피스텔로 이사 가는 결정도 쉽지 않다. 이미 오피스텔·다세대 가구 전셋값도 1000만~5000만원 가량 올랐다는 게 오피스텔 중개업소의 전언이다. 강남구 역삼동 K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오피스텔 전세가격은 융자 등을 감안해 값을 책정하기 때문에 가구별로 전세가 차이가 크다”며 “그럼에도 최근들어 전셋값을 일제히 올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도림동 쌍용플래티넘시티1단지(전용62㎡)의 경우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2억원대 후반대에 전세계약이 종종 이뤄졌지만, 지금은 3억원 중반에 계약이 성사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청년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전세계약을 2년 연장하는 분위기다. 2년 갱신을 결심한 조모(30)씨는 “집 사는 것은 거의 포기 상태고 전세로라도 넓은 집으로 이사가고 싶었지만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주변 인프라가 형성돼 있는 아파트 전셋값 상승은 오피스텔에 비해 비싼 편이지만, 최근 임대차법 등으로 폭등하면서 오피스텔에서 아파트로 ‘점프’하려는 수요자들의 어려움은 더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