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바쁜 삶을 사는 현대인들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눈을 혹사시키고 있다. 때문에 시력 저하속도가 빨라졌을 뿐 아니라 노안이나 백내장 발병 연령대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백내장 명의 현준영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교수는 “젊은 나이라 하더라도 갑자기 앞이 뿌옇게 보이고 눈이 침침하고 답답한 느낌이 있다면, 혹은 안경을 써도 잘 보이지 않고 빛 번짐이나 겹쳐 보이는 증상이 있다면 바로 안과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더 이상 노인병 아냐
우리 눈 속에는 카메라의 렌즈에 해당되는 투명한 구조물인 수정체가 있다. 나이가 들면서 단백질 변성이나 유해산소가 축적돼 이곳 수정체에 혼탁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로 인해 빛이 제대로 들어오지 못해 시야가 뿌옇게 보이는 질환을 백내장이라고 한다.
흔히 백내장은 나이가 들면서 찾아오는 질병이라고 알고 있지만, 외상, 스테로이드와 같은 약물 사용, 눈과 관련된 수술에 의해서도 나타날 수 있다. 또한 녹내장, 포도막염과 같은 안질환, 당뇨병, 고혈압 등의 전신질환과 관련돼 발생하기도 한다. 이 밖에도 자외선이나 흡연, 장시간의 디지털 기기 사용 습관도 눈의 노화를 앞당겨 백내장을 일으키는 요인이 될 수 있는데, 전문가들은 이러한 생활 행태가 젊은 층에서 백내장 빈도가 늘어나는 이유와 무관 하지 않다고 말한다.
백내장은 시력저하(야간시력저하), 대비감도 저하, 빛 번짐, 겹쳐 보임 등의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데, 백내장이 의심될 때는 시력저하를 일으키는 다른 질환은 없는지 정확한 감별진단이 필요하다. 연령과 관련해 발생이 증가하는 녹내장이나 황반변성이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그리고 태어나면서 부터 수정체에 혼탁이 있는 선천백내장은 유전, 약물, 감염과 연관돼 나타난다. 때로는 다른 선천적인 문제와 함께 나타나기도 하지만 약 30% 정도는 그 원인을 명확히 알기 어렵다. 또한 소아에서도 스테로이드 약물, 외상, 포도막염 등으로 인해 백내장이 생길 수 있다. 선천백내장이나 소아백내장은 조기진단이 중요할 뿐만 아니라, 심한 약시를 유발하기 때문에 나이와 상관없이 수술이 필요할 경우가 많다.
◇현미경 미세수술로 회복속도 향상
백내장 수술은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수술로 높은 숙련도를 필요로 하는 복잡한 수술이다. 하지만 눈과 관련한 수술 중 가장 큰 발전을 이루기도 한 것이 백내장 수술이다. 예전에는 백내장 수술을 받게 되면 눈에 붕대를 감고 오랜 기간 입원치료를 받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당일 수술이 가능해졌고, 일상생활로 복귀하는 속도도 빨라졌다. 이런 변화를 이끌어낸 가장 큰 요인이 현미경을 이용한 미세수술의 발전이다.
불과 20년 전만해도 백내장은 어느 정도 단단해져야 깨끗하게 제거할 수 있었던 만큼, 백내장이 충분히 진행된 다음에 수술하는 것이 좋다고 여겨졌었다. 하지만 이제는 미세절개창을 통해 초음파로 수정체를 부숴 흡입하는 방식으로 수술을 한다. 때문에 너무 딱딱해지면 오히려 수술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또한 인공수정체의 발달로 인해 수술 절개 창의 크기도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현 교수는 “과거에는 눈의 절반에 해당하는 6~9mm 정도를 절개했다면, 최근에는 2.2㎜ 정도만 절개한 후 수술을 한다”며 “수술 후 봉합 과정도 거치지 않아 회복 속도도 훨씬 빨라졌는데, 이러한 변화들이 수술의 성공률을 높이고 실명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내장 외 노안까지 동시에 개선
현 교수는 최근 백내장 수술에 사용하는 다초점인공수정체 임상시험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보통 백내장 수술은 백내장 제거 후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데, 일반적인 인공수정체를 삽입한 다음에는 근거리의 사물은 돋보기를 쓰고 봐야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다초점인공수정체 삽입하게 되면 원거리, 중간거리, 근거리 등 초점을 두 세 개로 만들거나 초점의 범위를 넓혀 돋보기 없이도 근거리 작업을 가능하게 하는 장점이 있다.
특히 노안으로 불편을 느껴 돋보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 아직까지 노안이 오지 않은 사람, 난시나 각막혼탁 등이 없는 환자에게 유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백내장 수술이 과거에는 시력저하를 회복하는 것에 중점을 뒀었다면, 이제는 시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노안, 근시, 난시 등 다각적인 요인을 함께 교정해 생활의 질을 향상시키고 있다. 때문에 의료진과의 충분한 상담을 통해 눈 상태, 시력 요구도, 생활 패턴을 이해하고 가장 적절한 수술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해 졌다.
이미 백내장이 시작됐다면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도록 위험 요인을 줄이는 습관이 필요하다. 우선 흡연과 자외선 노출은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다. 아울러 눈 건강을 위한 간단한 노력들이 더해진다면 좋다. 현 교수는 “근거리 작업이나 업무를 할 때는 수시로 먼 풍경을 본다든지, 틈틈이 눈을 감고 휴식을 준다든지, 적절한 조명을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며 “그 외에 좋은 습관은 가급적 눈에 손을 대지 않는 것으로 눈병은 대부분 접촉에 의해 감염되는 만큼 눈을 만지지 않으면 눈병 위험 역시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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