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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최근 실적 발표를 위한 기업설명회(IR)에서 네이버 쇼핑에 ‘브랜드 스토어’를 만든다고 선언했다. 이를 통해 입점 브랜드에 다양한 전시 공간 제공은 물론, 데이터 가공을 통해 매출 극대화를 돕겠다는 복안이다. 우선 10개 가전 브랜드부터 시작해 연내 200개 이상 브랜드사 입점을 목표로 한다.
일각에서는 이번 브랜드 스토어를 시작으로 네이버가 쇼핑 부문을 분사하거나, 직매입을 통한 직접 판매에까지 나서면서 쇼핑 사업에 집중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 측은 “사실무근”라고 전면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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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는 검색 점유율이 약 70%에 달하는 우위의 사업자인 데다 네이버페이로 결제 간편성까지 갖췄다. 더욱이 최저가 검색 등을 통해 고객 유입을 늘리는 등 제품의 다양성과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하고 있다.
아직은 쇼핑 플랫폼 사업자로서의 역할만을 하고 있음에도 지난해 네이버 쇼핑 검색과 일반 검색의 실적을 포함한 비즈니스플랫폼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2% 증가한 2조 8510억원을 기록했다.
이 자체만으로도 성장성이 높지만, 만약 스스로 쇼핑 사업자로 변모해 거래액까지 커질 경우 더욱 폭발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추측이 제기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영향력을 활용한 독과점 우려 역시 뒤따라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검색부터 간편 결제까지 한 번에 가능한 네이버는 기존 플랫폼 사업자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지위를 갖고 있다”며 “네이버가 본격적으로 쇼핑 사업에 뛰어들면 자신만의 특성이 뛰어난 플랫폼이나 네이버에 귀속된 업체를 제외하고는 살아남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커머스 업계가 이 같은 네이버의 경쟁력을 경계하는 이유는 현재 치열한 과당경쟁에 내몰린 상황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쿠팡이 ‘로켓배송’으로 쏘아올린 배송혁신은 소비자들의 편리함을 보장하면서 온라인 구매의 경험을 쌓는 계기를 마련했다. 다만 사업자 입장에서는 수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선행해야 하는 구조가 된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뒤늦게 온라인에 뛰어든 롯데는 이커머스 사업에 3조원, 신세계는 SSG닷컴에 1조원을 투자했다. 이들과 경쟁하는 다른 업체들 역시 자신들만의 영역을 구축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대부분은 자사 이익으로 재투자하기보다는 외부 투자를 받아 돈을 투입하는 형태다.
이는 곧 적자로 이어졌다. 일부 실적을 개선해 나가는 업체도 있지만 업계 1위로 손꼽히는 쿠팡은 이미 연간 1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 중이다.
이들이 외부의 수혈을 받아가면서 고통을 감내하는 이유는 아직까지 ‘옥석 가리기’가 한창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사업은 미국의 아마존이나 중국의 알리바바·징둥처럼 우위 사업자 위주로 재편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나라는 여전히 난립한 사업자가 각자 성장하는 구조다.
이에 향후 쏠림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경쟁력을 갖춘 몇 개의 사업자가 국내 이커머스를 독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네이버다. 아직 본격적으로 쇼핑 사업에 뛰어들지는 않았지만 영향력과 향후의 잠재력을 감안하면 가장 경쟁력 있는 상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현재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수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데다, 이에 따른 적자를 피할 수 없는 구조를 감안하면 섣불리 이커머스에 뛰어들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네이버의 영향력을 고려했을 때 전국 단위 물량을 커버하려면 물류센터를 비롯한 투자에만 수조원이 넘게 들 것”이라며 “이에 따른 인력 수급과 상품 관리 등까지 고려한다면 아직까지는 분위기를 보는 수준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예상을 깨고 네이버가 본격적으로 이커머스 사업에 뛰어든다면 그 파괴력은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