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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상에서 넝마주이(넝마나 헌 종이, 빈 병 따위를 줍는 일)처럼 푼돈을 모을 수 있는 재테크 기법이 널리 공유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앱테크(애플리케이션과 재테크의 합성어)’로 통용되지만 알뜰소비자, 체리피커족(신포도 대신 체리만 골라먹는 사람) 사이에서는 ‘온라인 폐지줍기’로 불리기도 한다. 한 달간 이처럼 고생해봐야 고작 치킨 한두 마리 값을 벌 수 있다는 자조의 의미를 더해서다. 한 엄지족(휴대폰을 많이 사용하는 신세대)은 “하루 한시간씩 투자해 월 수익을 확인해보니 월 5만원 정도더라”며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에 앱을 다 지워버렸다”고 토로했다.
온라인 폐지줍기는 온라인상에서 가볍게 돈을 벌 수 있는 행위를 총망라하는 신조어다. 노인들이 헌 종이나 빈 병 따위를 주워다 내다 팔아 그 대가로 적은 돈을 손에 쥐는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넝마주이와 가장 큰 차이는 발품 대신 손품을 들여야 한다는 점이다. 수년 전부터 스마트폰이 대중화하고 금융사도 디지털전환을 서둘러 일종의 시장이 형성됐다.
온라인 폐지줍기가 횡행하는 세태는 혜자카드(혜택이 좋은 신용카드)가 사라지고 고금리 예·적금상품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렇다 할 재테크 방법이 사라지자 젊은 층을 중심으로 앱테크에 몰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소소하게 부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입소문을 타 중장년층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앱에 접속해 출석도장을 찍는 것이다. 퀴즈를 풀거나 룰렛을 돌리는 경우도 있다. 금융사의 통합멤버십 앱이 주 무대다. 편의점 등 유통사 앱도 필수적으로 들르는 코스다.
온라인 폐지줍기는 주요 금융사의 통합멤버십포인트 제도를 운영하는 카드사가 지난해 10월부터 단 1포인트라도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신용카드 개인회원 표준약관 개정안’을 개정하면서 인기가 한층 높아졌다.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지를 의미하는 환급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진 덕분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매일 자정 앱을 찾기 때문에 타깃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며 “고객도 금융사도 ‘윈-윈’할 수 있는 모델”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폐지줍기가 한철 유행이 아니라 수년째 지속하는 원동력은 ‘공유’에 있다. 월말마다 재테크 카페에는 한 달간 출석도장을 꽉 채운 이들의 인증행렬이 줄을 잇는다. 일면식도 없지만 ‘한 달간 고생했다’고 서로 축하거나 ‘다음에는 기필코 나도 해보겠노라’는 등 서로 의지를 북돋우기도 한다.
최근 들어서는 온라인 폐지줍기에도 핀테크 열풍이 불고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토스 행운퀴즈’를 안다면 당신도 온라인 폐지줍기를 해온 건 아닌지 자문해봐야 한다. 핀크 앱에서 자신의 소비내역을 평가받고 1원씩을 타내고 있다면 고수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