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대신 NCS…새해 학원가 풍경 달라졌다

김성훈 기자I 2018.01.04 06:30:00

새해 맞아 취업준비·자기계발 나선 시민들
연초 학원가 들썩…어학·NCS 평가 ''관심''
공무원 채용 방향 나온 노량진 ''합격'' 다짐
금연 클리닉·피트니스 센터 찾는 발길 늘어

3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 있는 해커스 어학원에 수강 등록을 하려는 사람들이 접수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김성훈 기자)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수강 신청서를 먼저 쓰셔야 합니다. 줄부터 서시면 안 돼요.”

무술년(戊戌年) 새해를 맞은 3일 오전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 한 어학원. 수강 신청을 하기 위해 찾아온 취업준비생들과 직장인들이 1층 로비를 가득 채웠다. 시간이 지나 사람들이 더 몰려들자 문밖으로 줄이 이어졌다.

옆 건물 지하로 서점은 문제집을 사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이다. 대학생 김연지(23·여)씨는 “이달부터 개강 전까지 원하는 어학 점수를 받기 위해 학원 수강을 하는 친구들이 많다”며 “두 달 안에 꼭 좋은 점수를 받아서 취업 부담을 덜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블라인드 채용이 확산하면서 국가직무능력표준(NCS·National Competency Standards) 평가 준비에 열을 올리는 학생들이 크게 늘었다.

◇‘올해는 다르다’…취업준비 인파에 학원가 문전성시

새해 목표를 세운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은 연초부터 분주하다. 갈수록 좁아지는 취업 문을 넘어서기 위해 연초부터 어학·자격증 학원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직장인들도 올해는 ‘작심삼일’(作心三日)에 그치지 않겠다며 금연 클리닉과 피트니스 센터를 찾으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대형 학원들이 들어선 강남역 주변은 이맘때가 일 년 중 가장 바쁜 시기다. 겨울 방학 중인 대학생들과 상반기 취업을 앞둔 취준생들이 한꺼번에 몰려서다. 토익뿐만 아니라 토익스피킹·오픽 등 영어 말하기 시험, 중국·일본어 등 종류도 다양하다. 해커스 어학원 관계자는 “해마다 1월에 등록하는 수강생이 평소보다 최고 3배 가까이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대학생·취준생들의 관심사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National Competency Standards) 평가에 쏠려 있다. 공기업 대부분이 사진과 생년월일, 성별, 학력사항 등의 정보를 받지 않는 블라인드 방식을 도입하면서 NCS 평가가 한층 중요해진 때문이다

대학생 김모(28)씨는 토익과 영어 말하기 시험 교재 등 4권의 문제집을 구입해 책가방에 넣고 있었다. 한 번에 준비하는 것이 많아 바쁠 것 같다고 묻자 “(이 정도는) 남들이 다하는 수준이다”며 “부지런한 친구들은 일본어나 중국어 어학 시험에 한국사 자격증까지 준비한다”고 답했다.

김씨는 “토익 점수가 이전처럼 중요하지 않다고 하지만 여전히 필수과목이긴 하다”며 “공기업 지원을 위해 NCS 준비도 해야 해서 고민이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 컵밥 거리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이 모이는 노량진도 시험 합격을 목표로 각오를 다지고 있다.

노량진 컵밥 거리 앞에서 만난 안모(28)씨는 지난해 가을 노량진에 짐을 풀었다. 그는 올해 3월 치러지는 경찰 공무원 시험에 대비해 하루를 분 단위로 쪼개서 보내고 있다고 했다.

안씨는 “경찰 채용 규모가 지난해보다 1358명 늘어난 5108명에 이를 것이라는 소식에 기대도 되지만 한편으로 걱정도 된다”며 “전주에 계시는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올해 꼭 합격해 효도하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는 기필코’…금연 도전자 더 늘어

직장인들은 올해만은 반드시 성공하겠다고 다짐하며 금연캠프나 피트니스 센터 문을 두드리고 있다.

서울 금연지원센터에 따르면 서울 성모병원이 위탁 운영하는 새해 첫 금연캠프 신청자는 3일 현재 26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한 기수당 평균 참여자(22.6명)를 웃도는 수치다. 이달 25일 시작하는 금연캠프 참가 신청을 마감하지 않아 신청자가 더 늘 것이라는 게 금연지원센터 측 설명이다.

강남구 보건소가 운영하는 금연 클리닉도 하루 평균 80~90명이 몰리며 열기가 뜨겁다. 강남구 보건소 관계자는 “다른 달과 비교해 금연 클리닉 문의가 2배 가량 늘었다”며 “보통 1월 신청자가 많지만 올해는 유독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담뱃값 인상에 이어 금연구역 확대 등으로 흡연자들이 설 자리가 좁아진 때문으로 보인다.

‘몸짱’으로 거듭나기 위해 피트니스 센터를 찾은 시민들도 적지 않다.

강서구 마곡동에 자리한 한 피트니스 센터에서 만난 이모(38)씨는 “새해라 그런지 피트니스 센터를 찾는 사람이 늘어 주차하는데 시간이 한참 걸렸다”며 “올해는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운동해서 건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자리한 레포츠 센터 주차장이 방문 차량으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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