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 시동 건 文정부..0~2세 무상보육 점검부터

김재은 기자I 2017.07.30 09:18:32

무상보육에 따라 양육비 부담 37만원 경감 불구
저소득층 사교육비 증가..돌봄공백 발생 가능성
0~2세 영아 어린이집 이용 34%에 그쳐..일괄 보육료 지원 `글쎄`
복지부 "연내 연구 통해 보육료 지원 방식 개선 검토"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서울 용산구에 사는 맞벌이 한모씨 부부. 18개월 아들을 가정 어린이집에 보낸다. 종일반으로 등록돼 있지만, 보통 9시반쯤 가서 점심을 먹고 12시반쯤 데려온다. 픽업은 할머니 몫.

이 동네는 종일반이더라도 저녁 7시반까지 맡아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늦어도 5시면 다 데리고 간다. 한씨 부부는 아들에게 정부에서 매달 43만원의 보육료를 지원하는 줄 알았는데, 얼마전 어린이집 직접 지원금을 포함하면 매달 82만5000원이 드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전액 무상보육이라 고맙긴 하지만, 내가 내는 세금이 어쩐지 낭비되고 있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었다.

문재인 정부가 0~5세 무상보육에 올해 9조5000억원이상의 예산을 쏟아붓는데 이어 내년부터 만 0~5세 아동에게 매달 10만원씩 아동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핀셋증세만으로는 재정부담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무상보육에도 0~2세의 어린이집 이용률이 정체상태인데다 양육비 경감에도 불구하고 저소득층의 사교육비 지출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정책적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저소득층 돌봄공백 발생..0~2세 어린이집 이용률 정체

30일 국회 예산정책처의 ‘영유아양육지원정책 분석’에 따르면 0~5세 무상보육에 따라 전 가구에서 양육비(보육비+사교육 지출) 부담이 경감된 것으로 조사됐다. 2011년 자녀 1인당 연간 230만원이던 양육비용은 2015년 193만원으로 16.1%(37만원)가량 줄었다.

다만 소득분위별로 구분할 경우 저소득층의 사교육비 지출 금액과 비중이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의 사교육비 지출액은 2011년 6만원에서 2015년 22만원으로 4배 가까이 늘었고, 지출 비중 역시 0.7%에서 4.2%로 높아졌다. 중간소득층은 55만원에서 43만원으로, 지출비중 역시 2.5%에서 1.6%로 각각 떨어졌다. 고소득층의 사교육비는 94만원에서 111만원으로 금액은 늘었지만, 지출비중은 2.2%로 동일했다.

이채정 예산정책처 사회사업평가과 사업평가관은 “저소득층의 경우 보육비 부담 경감에도 불구하고 사교육비 지출이 늘어난 것은 두 가지의 해석이 가능하다”며 “하나는 보육료 경감에 따라 생긴 여윳돈을 식비 등에 쓰지 않고 자녀 교육에 투입한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맞벌이, 야간근무 등으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이용에도 불구하고 돌봄공백이 생겨 시터비용 등 지출이 생긴 경우”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오전 7시반부터 저녁 7시반까지 맞벌이가구를 위한 어린이집 종일반을 운영하도록 했다. 그러나 실제로 12시간이 운영되는 경우는 거의 없어 저소득층의 돌봄공백 발생 확률이 더 높은 상태다.

게다가 0~2세 영아의 경우 보육기관 이용률이 30%선에서 정체돼 일률적인 기관 보육료 지원 효과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90%에 육박하는 3~5세 유치원·어린이집 이용률과 달리 0~2세 어린이집 이용률은 30%대에 그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5년 기준 0~2세 영아 130만3546명중에 어린이집 이용 영아는 44만5344명으로 34.2%를 기록했다. 0~2세 아동 3명중 2명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이용하지 않는 셈이다. 3~5세 유아의 경우 전체(188만5172명)의 89.3%(168만2626명)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다니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 육아휴직 늘리고 맞벌이·저소득층 지원 확대해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비롯해 전세계적으로 가구소득 등을 구분하지 않고 0~5세 전체에 대한 무상보육을 제공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복지가 발달한 북유럽에서도 계층별 소득을 감안해 차등 지원하고, 통상 0~2세는 가정양육, 3~5세는 보육시스템을 제공한다. 특히 0~2세는 가정양육이 바람직하다는 판단 하에 가정양육수당을 지급하고, 부모의 육아휴직 독려, 유연근무제 확대 등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한국은 OECD 회원국중 1인당 보육 공공지출액은 6097달러로 8위의 상위권이다. 그러나 GDP대비 아동관련 지출중 현금지원 비중은 0.2%로 OECD 회원국 평균(1.2%)의 6분의 1수준에 그쳤다.

이는 보육료 지원이라는 시설(어린이집, 유치원) 위주의 지원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현재 아동수당이 지급되지 않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올해 보육료 지원예산은 9조5000억원 수준(시설 지원 86.2% 가정 지원 13.8%)으로 문재인 정부가 2000억원 초과 법인세·5억원 초과 소득세 인상으로 거둬들일 세수(3조8000억원)의 2배가 넘는다. 문 정부가 도입 예정인 아동수당의 연간 예산은 3조8200억여원에 달한다.

이채정 평가관은 “가구별 소득수준, 부모의 경제활동형태 등을 고려한 보육료·유아학비 지원정책의 효과성을 분석해 그 결과를 토대로 현행 보육료·유아학비 지원 정책의 개편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부도 일괄적인 보육료 지원방식의 문제에 대해 인식하고 개선방안을 모색중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현행 보육료 지원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연내 연구를 진행하려고 한다”며 “공론화 과정을 거쳐 보육관련 이슈를 점검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부모선택권을 강화하고 비용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현행 고용보험 가입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육아휴직 대상자의 확대 △유연근무제, 단축근로 등 확대 △아이돌보미 등록제 등 공공 양육지원 시스템 확충 △0~2세의 경우 보육료 지원과 가정양육수당을 통합해 평균금액을 지급하는 방식 등 좀 더 세밀한 정책 집행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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