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부동산 돋보기]양도세 폭탄에 '밴쿠버서 시애틀로'..왕서방의 이동

김인경 기자I 2017.02.18 09:00:00

밴쿠버,집값폭등에 외국인 부동산 취득 세금 15% 물려
캐나다·호주·영국 규제 강화.. 시애틀은 부동산 검색 폭증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캐나다 밴쿠버에 몰려들던 중국인들이 세금 폭탄에 하나 둘 등을 돌리고 있다. 대체 투자처로 미국 시애틀 부동산에 관심을 보이는 분위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인 투자자들이 시애틀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보이며 시애틀 부동산 ‘검색’이 최근 1년 동안 125% 급증했다. 중국의 부동산포털 사이트인 주와이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시애틀관련 검색은 2015년 10월보다 71% 증가했다. 반면 밴쿠버 관련 검색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 밴쿠버, 집값 오르자 외국인 부동산에 15% 세금

중국인들은 베이징과 상하이 등 중국 주요 집값이 폭등하자 해외로 눈을 돌렸다. 특히 날씨가 좋고 중국인 이민자들이 자리를 잡은 밴쿠버는 중국인들이 눈독을 들인 도시 중 하나다. 실제로 캐나다 국립은행에 따르면 2015년 중국인이 밴쿠버에서 구입한 주택 규모는 총 127억 캐나다달러(11조원)에 이른다. 밴쿠버 전체 주택 거래액의 33% 수준이다.

그러나 캐나다 지방정부가 중국인의 부동산 매입에 밴쿠버 집값이 폭등하며 규제에 나서자 상황은 바뀌었다. 밴쿠버가 위치한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는 지난해 8월부터 외국인의 부동산 투자에 15%의 세금을 물렸다. 또 시민권이나 영주권이 없는 외국인이 주택매매를 할 때 양도세를 내지 않으면 개인에게는 10만 캐나다달러, 기업에는 20만 캐나다달러 혹은 최대 징역 2년형이라는 엄벌까지 더했다. 이에 중국인들은 캐나다 밴쿠버에서 시애틀로 눈을 돌렸다.

시애틀은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세계적인 기업이 진출해 있는데다 호화주택이 많아 중국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중개업자인 애나 라일리는 지난달에 시애틀에 230만 달러짜리 주택을 매물로 내놨을 때 찾아온 고객 20명이 모두 중국인이었다고 말했다.

◇ 중국인 땅 사들이기에 규제 강화하는 국가들

중국인들이 부동산을 사들이며 땅값을 올리자 캐나다 뿐만 아니라 호주, 영국 등도 규제에 나섰다. 막상 오래 뿌리를 내리고 살던 자국민이 집값 부담에 내몰리자 팔을 걷고 나선 것이다. 호주는 2015년부터 외국인 부동산 투자 자본 100만달러당 7900달러의 세금을 물린 데 이어 이미 완공된 아파트는 매입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새로 짓는 건물만 매입할 수 있는 셈이다.

중국인이 몰렸던 제주도 역시 규제를 강화했다. 제주도는 제2공항 입지 발표 이후 시장이 과열되자 2015년 12월 부동산 투기 대책 본부를 설치했다. 또 지난해 11월부터 부동산 투자이민제 적용지역을 관광단지와 관광지로 축소했다.

그 결과 지난해 상반기 기준 외국인이 보유한 제주도 토지 면적은 2037만㎡로 2015년 말보다 22만㎡ 줄어들었다. 2011년 부동산 투자이민제 도입 이후 내내 늘어나던 중국인의 땅 투자가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인의 투자가 부동산 경기를 살리는 순기능을 하지만 정작 주민들의 주거비용이 증가하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중국인의 부동산 투자를 무조건 규제하면 더욱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며 “지역 발전을 위해 고용 창출 등 순기능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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