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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현지시간) 테리사 메이 영국총리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에 관한 정부의 계획을 공개한 연설에서 “EU 단일시장 회원국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EU 회원국이 아니면서 단일시장 회원국이 된다는 것은 투표권 없이 상품·서비스·사람·자본이동의 자유 보장을 이행하고 EU 법규들에 구속되는 것을 뜻한다”며 “실질적으로 EU를 떠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영국이 EU 내 상품·서비스·사람·자본 이동의 자유를 포기하고 완전히 독립할 것이라는 뜻을 천명한 것이다.
◇하드브렉시트…영국 집값도 출렁
하드 브렉시트는 영국이 유럽연합 회원국에 준하는 자격으로 계속 유럽 시장에 접근하는 방법을 택하지 않고(소프트 브렉시트) 유럽연합에서 완전히 결별하는 것을 의미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영국의 상업용 부동산으로 투자자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영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부동산 시장이다. 특히 EU로 발을 넓히는 증권사와 은행들이 둥지를 틀고 증권과 외환, 선물 등을 주로 거래하던 금융가 ‘런던시티’ 일대는 초호화 오피스빌딩이 즐비했다. 이 금융회사에 몸을 담고 있는 인력들도 주변부에 거주하고 있는 만큼 집값도 상승했다.
그러나 하드브렉시트가 진행되며 영국이 EU 단일시장에 접근할 지위를 잃게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글로벌 기업의 사무소 이전은 물론이고 런던시티의 위상도 추락하게 된다.
골드만삭스가 영국 임직원을 현재의 절반인 3000명 수준으로 감축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인력 일부는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일부는 뉴욕 본사와 프랑스, 스페인 등으로 이동할 전망이다.
이미 다국적은행 HSBC의 런던 직원 1000명은 프랑스로 옮기기로 했다. 스위스 은행 UBS도 런던의 직원 5000명 중 일부를 독일이나 스페인으로 이전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다.
황규완 대신증권 연구원은 “영국 수출의 44%가 EU를 향한 것”이라며 “하드브렉시트는 거시경제 성장과 오피스 수요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국 경제경영연구센터(CEBR)는 올해 런던의 집값이 5.6% 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7%까지 올랐던 영국 전체의 집값 역시 올해는 2%대 하락세를 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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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하드브렉시트가 우리 경기에 직접적으로 주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미 지난해 6월 영국의 국민투표부터 진행돼 왔던 이슈인데다 국내에 들어온 영국계 자금은 크지 않아 빠져나가도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뿐만아니라 런던시티에 사무소를 냈던 기업들 대다수가 룩셈부르크나 네덜란드 등 EU국가로 이동하는 만큼, 득을 볼 여지도 없다는 것.
다만 영국의 부동산 가격 하락이 유럽으로 전이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장기적으로 글로벌 경기침체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제로 금리 정책과 유럽중앙은행(ECB)의 마이너스 금리 제도 등 전세계적인 저금리 기조로 글로벌 대도시의 부동산 가치가 치솟았던 만큼 조정도 확산할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1990년대 일본의 버블붕괴 역시 부동산 가격 조정이 출발점이었던 만큼 공포가 커지는 대목이다.
게다가 올해부터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시대가 열리는데다 네덜란드 총선, 프랑스 대선, 독일 총선, 이탈리아 총선 등 정치적 불확실성도 크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은 “브렉시트가 유럽 전반의 경기침체로 이어지면 국내 부동산 가격 역시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