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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에어비앤비 '빛 좋은 개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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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오 기자I 2016.02.23 06:00:00

영업일수 제한에 稅부담 가중
공유민박업 등록 실효성 논란
일부선 "차라리 벌금내고 영업"
지자체도 "단속 사실상 불가능"

△최근 불법 관광 숙박 업소가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는 서울 마포구 상수동 일대에 저층 상가와 주택이 밀집해 있다. [자료=국토지리정보원]
[세종=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중국인 관광객 가이드인 서모(여·38)씨는 요즘 서울 마포구 홍대 근처 전용면적 40㎡ 미만 오피스텔 2채를 임차해 매달 200만원 정도 부수입을 올리고 있다. 중국인에게 직접 방을 빌려주거나 인터넷 숙박 중개업체인 ‘에어비앤비’를 통해 투숙객을 구한다. 지방자치단체 등록·신고를 하지 않은 불법 영업으로, 하루 숙박료로만 10만원을 받는다. 서씨는 “부업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지금은 본업보다도 오히려 벌이가 낫다”고 말했다.

정부가 서씨 같은 불법 숙박업자를 양성화한다며 도입하는 ‘공유(共有) 민박업’이 벌써부터 실효성 논란을 부르고 있다. 제도권으로 끌어들일 유인책이 부족하고 관리·감독 효과도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2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르면 올해 말부터 강원·부산·제주 등 3개 시·도에서 공유 민박업 제도가 시행된다. 전체 바닥면적 230㎡(70평) 미만인 빈집이나 빈방을 연간 120일까지 숙박 시설로 쓰도록 허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는 내년 중 이 제도를 전국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등록 실익 낮아…관리·감독 사실상 ‘불가’



지금도 주택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 숙박업을 허용하는 ‘외국인 관광 도시 민박업’, ‘농어촌 민박업’ 제도가 있다. 공유 민박업은 집을 통째로 빌려주고 내국인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도시·농어촌 민박업은 주인이 반드시 집에 함께 거주해야 하고, 도시 민박업의 경우 외국인만 숙박할 수 있다. 정부가 에어비앤비(Airbnb)를 모태로 싹튼 민간 공유경제 산업을 제도권에 편입하려고 규제 문턱을 약간 낮춘 것이다.

문제는 공유 민박업 등록의 실익이 적다는 점이다. 집주인이 부가가치세·소득세 등 안 내던 세금을 내야 하고, 영업 일수 제한까지 받기 때문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상가 등 기존 상업용 부동산도 임대소득 신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마당에 상대적으로 푼돈인 숙박료 자진 신고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등록 업소를 잡아내는 것도 간단치 않다. 서울시 관광정책과 관계자는 “현행 도시 민박업도 불법 영업 시 과태료가 200만원 이하에 불과해 차라리 벌금 내고 영업한다는 이들이 많다”며 “자치구별 관리자도 1명 정도에 불과해 불법 업소를 일일이 단속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에어비앤비 같은 숙박 중개업체에 등록한 업소 정보를 활용해 관리·감독을 하겠다는 것이 정부 복안이다. 그러나 이는 개인 정보 보호 등의 이유로 거부당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에어비앤비도 불법 업소 등록을 중단하고 업소 명단을 제출하라는 서울시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숙박업법 정비 후 ‘네거티브 규제’해야

오피스텔을 공유 민박업 허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전·월세 세입자의 전대(轉貸·집주인에게 빌린 주택을 다시 세 놓는 것)를 묵인하는 것도 논란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오피스텔은 주택이 아닌 업무용 시설이므로 숙박시설로 사용하기 적절치 않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는 작년 말부터 오피스텔 같은 준주택도 행복주택 등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법을 바꿨다. 입맛에 따라 제도 해석을 달리하는 일종의 ‘이중 잣대’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만약 세입자가 집주인 허락 없이 주택을 숙박시설로 장기간 임대할 경우 향후 시설물 배상 문제 등을 놓고 분쟁이 불거질 가능성도 크다”고 우려했다.

공유 민박업 도입이 현행 숙박업 제도의 혼란만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숙박시설 종류는 무려 19종에 달한다. 제도를 담당하는 부처도 문화체육관광부·보건복지부·농림축산식품부 등으로 제각각이다. 금기용 서울연구원 글로벌관광연구센터장은 “정부가 필요할 때마다 찔끔찔끔 규제를 푸는 식으로 법을 만드니 관리 실효성은 떨어지고 현장의 혼란만 커지고 있다”며 “숙박 관련 법 체계 전반을 정비한 후 네거티브 규제(안 되는 것만 나열하고 나머지는 다 푸는 것) 방식으로 공유 숙박업을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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