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현대엘리베이터가 투자손실,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 등으로 질긴 공방을 지속하고 있는 쉰들러에 대해 다시 반격에 나섰다.
현대엘리베이터는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쉰들러가 10여 년에 걸쳐 시도한 M&A가 의도대로 되지 않고 손실이 발생하자 책임을 회피하려고 사실 왜곡과 궤변으로 사기극을 벌이고 있다”며 “부당한 시도에 대해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지난 7일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 주주로 지분 30.9%를 소유한 쉰들러 홀딩 AG(이하 쉰들러)의 알프레드 쉰들러 회장은 세계 애널리스트와 미디어를 대상으로 텔레컨퍼런스를 했다.
이날 컨퍼런스에서 쉰들러 회장은 현대그룹이 순환출자 구조와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현대엘리베이터가 손실을 보게끔 구조화한 파생상품 계약 등으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대엘리베이터의 재무 건전성이 나빠져 채권단이나 금융당국으로부터의 구조조정 절차에 들어가면 현대엘리베이터를 인수할 의향이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현대엘리베이터(017800)는 조목조목 반박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쉰들러가 해운업 호황으로 현대상선으로부터 지분법 이익이 발생하고 파생계약의 평가 이익이 발생할 때는 침묵하다가 해운경기 악화에 따라 손실이 발생하자 이를 문제 삼기 시작했고, 스스로 판단해 투자했는데도 무책임한 변명과 함께 책임을 현대엘리베이터 경영진에게만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쉰들러가 경영진을 압박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일반투자자와 정부기관 등을 상대로 당장 지분매각 계획이 없으면서 매각 가능성을 반복해 언급하며 시장의 혼란을 야기하는 한편 우군을 포섭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특히 쉰들러는 모든 사안을 법정 소송까지 몰고갔지만 각종 소송에서 0대 4로 전패했는데도 승복하지 않고, ‘현대증권이 현대엘리베이터의 신주인수권을 매도했다’거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의문점에 대해 답하지 않았다’는 등 허위사실까지 유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엘리베이터 측은 쉰들러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의 재무 건전성이 나빠져 채권단이나 금융당국이 구조조정 절차에 들어가면 인수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점에 주목하고 있다.
쉰들러는 M&A 실패 후 출구 전략으로 △지분을 모두 매각하고 한국을 떠나는 방법 △지금까지의 손실을 100% 손실 처리한 뒤 5년가량 기다리는 것 △채권은행 또는 금융감독원의 구조조정 명령을 기다리는 것 등 3가지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대엘리베이터 측은 쉰들러가 악의적인 여론전과 함께 그룹의 구조조정을 기다리며 인수 합병을 시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국내 유일의 토종 승강기업체로 글로벌 승강기 회사와의 경쟁에서도 뒤처지지 않을 기술력과 품질 경쟁력을 지녔다”며 “쉰들러의 부당한 시도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회사 측 관계자는 “글로벌 해운경기의 장기 불황이라는 외부적 요인에 따라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계획된 자구계획과 경영혁신활동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글로벌 초우량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모든 구성원이 뼈를 깎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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