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 | 이 기사는 09월 14일 10시 14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이데일리 김일문 기자]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격랑이 채 가시기도 전에 글로벌 경기 후퇴 공포가 다시 해운업을 덮쳐오고 있다. 더딘 회복세를 보이는 국제 물동량, 화주를 찾지 못해 발이 묶인 화물선박들은 해운업계의 불황이 단기간내 해소되긴 힘들 것이라는 우려를 키운다. 이데일리가 5회에 걸쳐 해운업계가 처한 위기국면을 진단했다.[편집자]
파고(波高)는 생각보다 높았다. 이미 1분기 실적을 통해 험난한 항해가 예상됐던 해운사들은 2분기에도 초라한 성적표를 내놓으면서 우려가 현실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줬다.
운임 상승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매출 원가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은 해운사들을 더욱 압박하고 있는 형국이다.
업계 맏형격인 현대상선(011200)과 한진해운(117930)의 반기보고서에는 이같은 사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선종 포트폴리오가 다른 해운사에 비해 비교적 다양해 위험 분산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아 왔지만 상반기 실적은 기대에 훨씬 못 미쳤다.
18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한진해운은 2000억원 이상 금융 비용이 발생하면서 4000억원에 가까운 순손실을 나타냈고, 현대상선은 차입금과 선박 발주 비용 상환으로 절반이 넘는 현금이 빠져나가 재무구조가 허약해졌다.
전체 매출의 상당부분이 벌크선에 편중된 STX팬오션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SK해운은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반토막 나긴 했지만 그나마 적자를 면했다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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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실적이 뒷받침 되지 못하면 재무구조 개선을 기대하기란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선박 과잉으로 운임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가운데 미국과 유럽에서 불거진 소버린 리스크로 침체의 암운이 드리우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2009년 초에 발생했던 것처럼 업계 전반적인 대규모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재현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하위권 해운사들은 이미 구조조정이 마무리됐고, 업황 악화도 그 당시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2009년 해운업 구조조정 당시는 금융이 마비되고, 배값 폭락에 따른 자산가치 하락으로 발생한 위기였다"며 "지금은 시황 악화에 따른 침체 국면이라는 점에서 2년 전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다만 불황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해운사들 자체적인 체질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애널리스트는 "해운사들이 호황기에 자사선 비중을 높이기 위해 너무 많은 배를 발주했었다"며 "시황 악화에 대비해 기존 선박을 매각하거나 차입금 장기화를 꾸준히 유도하는 등 몸집을 줄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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