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edaily 이의철특파원] 최근 뉴욕 증시가 장마감을 전후로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는 경우가 잦아졌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거래량이 줄어든데다 선물과 연계된 프로그램 매수 또는 매도가 현물시장에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 증시에서 장막판 30분 전후로 지수가 급등락하는 경우 거의 선물과 연계된 움직임이라고 보면 틀림없다.
선물이 그 자체로 현물시장에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다. 선물시장이란 원래 현물시장의 리스크를 회피(hedge)하기 위해 생겨난 것이지만 이미 그 규모나 질에서 현물시장을 능가하고 있다. 선물시장은 미래의 위험을 가격에 반영한다는 점에서 현물시장에선 불가능한 여러가지 위험 회피(리스크 헤징)가 가능하다.
미국 국방부가 최근 추진했던 "정책분석시장(PAM)"도 선물시장의 이같은 장점에 착안한 것이었다. 이른바 "테러선물시장"으로 알려진 국방부의 계획이란 이런 것이었다. 중동지역에서 향후 10일 이내에 자살 폭탄테러가 발생할 가능성은? 쿠바의 카스트로가 암살당할 확률은? 등의 가상 상황을 상품으로 설정하고 시장 참여자들은 자신의 정보를 바탕으로 각개의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다.
거래는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지고 투자자들은 미래에 발생할 것이라고 믿는 예측결과에 따라서 선물계약을 하게된다. 물론 그 예측이 실제로 발생하면 수익을 얻게 된다. 모든 확률게임의 원칙이 그렇듯 확률이 낮은 상품에 투자했다가 실제로 벌어지면 대박이 터지도록 고안돼 있다.
국방부 산하 국방첨단 연구기획청은 이같은 계획을 추진한 동기와 관련, "테러공격을 막기위한 연구노력의 일환"이라며 "산발적이고 숨어있는 정보를 수집하는 효율적이고 시의적절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전쟁이나 테러 등과 같은 이슈를 상품과 연계하고자 하는 시도가 미국에서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미국에선 이라크 전쟁이 벌어지기 전엔 "사담 5월물" "사담 6월물" 등이 온라인상에서 거래되기도 했다. 트레이드스포츠닷컴(tradesports.com)이란 온라인게임 사이트에서 사담 후세인의 축출 가능성을 상품화한 것이다. 예를 들어 사담 5월물이 65에 거래된다면 5월말까지 사담 후세인이 축출될 가능성이 65%라는 뜻이다.
국방성의 당초 계획은 "정책분석시장"의 거래를 트레이더 1000명으로 한정해 10월 1일부터 시작하고 내년 1월부터는 트레이더를 1만명으로 늘린다는 것이었다. 미국 국방부는 이 계획을 위해 지금까지 60만달러를 지출했고 올해만 15만달러를 추가로 사용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국방성의 이같은 계획은 일단 무산됐다. 민주당 의원들이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론 와이든 상원의원(오리건주)과 바이런 도건 상원의원(노스다코타주)은 "정부가 잔학행위와 테러 등에 돈을 거는 도박장을 개설한다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또 톰 대술 민주당 의원은 "이같은 시장이 개설된다면 테러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결과를 빚게 될 것이라며 "테러리스트들이 목표물을 정하고 선물에 투자할 경우 돈까지 벌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역선택의 부작용을 지적한 것이다.
국방성은 의원들의 반대를 받아들여 계획 자체를 포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폴 월포위츠 국방성 부장관은 상원 외교관계위원회 청문회를 통해 "신문을 통해 그 계획을 처음 알았으며 없던 일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원 군사위원장인 공화당의 존 워너 의원은 "지금 이 순간부터 당장 계획을 철회하겠다는 확약을 국방성으로부터 받았다"고 말했다.
미국 국방성이 선물시장이란 툴을 통해 돈을 벌려고 했는지, 테러에 대한 위험을 헤지하고자 했는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그 아이디어는 돋보인다. 시장이란 모든 정보가 모이고 이를 통해서 가격이 형성되는 측면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정책분석시장 모델이 참가자들의 역선택이나 모럴 해저드 가능성을 성공적으로 차단한다면 훌륭한 상품이 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이런 상품은 어떤가. 국방부의 "테러선물시장"이 향후 2년내에 다시 추진될 확률은? "조지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가능성"을 반영한다면 "후세인이 이라크에서 재기할 가능성"보다는 높은 가격에 거래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