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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재편 좌절 원인은 2022년 자본시장법 시행령으로 도입한 물적분할 주식매수청구권 제도다. 이는 분할에 반대하는 주주가 회사에 자신의 주식을 사달라고 요구할 권리다. 핵심 사업부를 떼어내고 자회사를 상장하는 과정에서 소수주주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주식매수청구권은 조건부 풋옵션 성격을 갖기에 법률 목적과 실제 경제적 유인은 다를 수 있다.
협의가 안 될 경우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은 이사회 결의 전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주가가 내려가면 주주는 청구권을 행사하고 오르면 시장에 팔면 된다. 별도 프리미엄없이 주가하락 위험에 대한 보호를 받는 셈이다. 하지만 항상 그렇듯 공짜는 없다. 누군가가 하락 위험으로부터 보호받는다면 그에 따른 비용은 회사와 잔존주주에게 돌아간다. 주식매수청구가 몰리면 회사는 대규모 현금을 지급해야 하므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조직재편마저 포기할 수 있다. 장기적 가치상승을 기대하는 주주조차 단기적으로는 청구권 행사가 유리해져 개별 주주의 합리적 선택이 기업 전체의 비효율로 이어지는 역설이 발생한다.
해외 법제와 비교하면 우리 제도의 특이성이 드러난다. 미국 델라웨어주에서는 사업부 분리 자체에 주식매수청구권을 인정하지 않으며 상장주식에 대한 감정평가청구권도 제한한다. 일본은 회사분할에 주식매수청구권을 인정하면서도 주총 전 반대의사 통지와 반대표 행사를 요구해 기회주의적 권리행사를 제한한다. 나아가 일정 규모 이하의 간이분할에는 주식매수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는 예외를 두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논란이 생길 때마다 주식매수청구권 도입, 이사충실의무 확대, 중복상장 심사 강화 등 규제를 납땜하듯 덧붙였다. 전체적인 비용과 효과를 따지는 데는 소홀했다.
좋은 기업분할 제도는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중요한 것은 어느 한쪽의 권리가 아니라 분할 전후 대주주와 일반주주의 후생 변화를 합산했을 때 이익이 증가했느냐는 것이다. 주식매수청구권이 불공정한 분할을 막는다면 편익이지만 효율적인 분할까지 좌절시킨다면 그 비용은 대주주와 일반주주 모두에게 돌아간다.
더구나 중복상장에 대한 규제환경도 크게 달라졌다. 올해 8월부터 한국거래소는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심사체계를 시행하고 있다. 자회사 상장 시 모회사 이사회에는 주주 영향평가 등의 의무가 부과된다. 특히 물적분할 자회사를 상장하려면 모회사 주주동의가 필수이며 이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산하고 3% 초과 보유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이른바 ‘3%룰’을 적용한다.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으로 일반주주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에 상장 단계에서도 강력한 주주보호 장치가 마련된 것이다.
이제는 물적분할 단계에서까지 주식매수청구권을 일률적으로 부여할 이유가 사라졌다. 이미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공시 강화, 새로운 중복상장 규제까지 마련된 상황에서 이를 중첩해 유지하는 것이 사회후생을 높이는지는 의문이다. 물적분할 후 상장에 따른 주주 피해를 막기 위해 도입했던 주식매수청구권의 폐지를 이제는 본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미 마련된 주주보호 장치의 실효성을 검증하고 규제 중복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줄여야 한다. 주주보호의 궁극적인 목적은 주주에게 더 많은 권리를 부여하는 데 있지 않다. 기업의 효율적인 조직재편을 가능하게 하면서 주주 전체의 후생을 높이는 데 있다.
![[기고]주식매수청구권, 주주보호를 위한 최고의 수단일까](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11/PS26110900025.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