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에 안 나오는 김치, 반찬에서 요리·문화가 되는법[1등의맛]

노희준 기자I 2025.09.27 10:00:00

게데헌에 김치 나오지 않지만, 가장 한국적 음식
김치 불편, 기술로 지우지 말고 이야기로 바꿔야
살아 있는 유산균이 숨 쉬는 자연스러운 현상
정체성 해치지 않는 선에서 변주, 반찬→요리로
김치에 스토리 담길 때 음식 아니라 문화로 진화

“K푸드 어벤저스가 모였다.”

세계로 뻗어가고 세계가 주목하는 K푸드 탑티어 회사들이 직접 K푸드의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들려드립니다. 매번 먹는 거라 익숙하지만 실은 잘 모르는 우리 식품의 깊고 진한 맛을 맛볼 수 있을 겁니다. 김치(대상)-만두(CJ제일제당)-유산균(hy)-빵(SPC그룹)-제과(롯데웰푸드)-아이스크림(빙그레)-맥주(OB맥주)-두부(풀무원) 등 각 분야의 1등 회사가 이름을 내걸고 매주 토요일 [1등의맛]을 배달합니다. <편집자주>(25)


[정찬기 대상(주) Global김치마케팅팀장] 꼬리에 꼬리를 무는 K-wave, 케데헌과 종가

지난 6월 20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의 인기는 석 달이 지나도록 식을 줄 모른다. 싸이의 ‘강남스타일’(2012),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19), ‘오징어 게임’(2021), 그리고 최근 로제의 ‘아파트’(2024)까지. 글로벌 문화지형을 흔들었던 한류의 계보 속에서도 케데헌의 돌풍은 단연 토네이도급이다.

런던 대표 뮤직 페스티벌 ‘APE 2025’에 참가한 방문객이 종가 브랜드 부스 내 ‘게임존’에서 ‘김치네이도(Kimchi-Nado)’ 게임을 즐기고 있다. (사진=대상)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이 현상은 단순한 콘텐츠 성공을 넘어 하나의 문화적 사건이 되고 있다. 케데헌은 넷플릭스 역대급 시청시간을 했고, OST 전곡이 미국 빌보드와 영국을 비롯한 주요 음악 차트 상위권을 몇 달째 점령 중이다. 화면 속 서울의 남산타워와 야경은 은은한 빛으로 도시를 감싸고, 한양도성의 곡선은 고즈넉한 멋을 드러낸다. 주인공의 한복은 바람결에 흩날리며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김밥과 컵라면은 더 이상 이국의 식품이 아니라, 일상의 풍경 속에 자연스레 스며든다. 한국전통의 삿갓, 민화 속 호랑이와 까치 같은 디테일들은 세계 젊은이들의 시선을 붙잡으며, 한국 문화를 ‘선망’의 대상으로 바꿔놓았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이 작품이 일본 소니픽쳐스와 미국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자본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과거 한류 콘텐츠가 대부분 한국내 제작에서 출발했다면, 케데헌은 그 경계를 허물어버렸다. 그럼에도 오히려 한국적인 색채가 더 짙었다. 이제 콘텐츠의 국적은 ‘어디서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담아냈는가’가 기준이 된다. 한국적 정체성이 발효처럼 스며드는 모습, 그것이 새로운 한류의 모습이다.

글로벌 종가김치를 맡아 일하다 보니, 케데헌을 보면서 자연스레 ‘김치’를 떠올렸다. ‘혹시 김치가 등장하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결국 설렁탕 옆 깍두기만이 스쳐지나가듯 나온것이 전부였다. 아쉬움이 컸다. 감독 메기 강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한국하면, 떠오르는 김치라는 클리셰를 따르고 싶지 않았다. 대신 더 다양한 한국의 소재를 보여주고 싶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발언은 김치가 한국을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 식품임을 증명한다.

런던 대표 뮤직 페스티벌 ‘APE 2025’ 현장에 마련된 종가 브랜드 부스 외관 전경 (사진=대상)
김치는 이제 세계 어디서든 낯설지 않은 이름이 되었지만, 그 길은 험난했다. 라면이나 김, 고추장처럼 저장성이 높은 식품과 달리, 김치는 살아 있는 발효식품이다. 유통이 까다롭고, 현지에서 다루기 쉽지 않다. 그 어려운 길을 종가(JONGGA)는 1987년 일본수출로 첫 발걸음을 뗀 이후 근 40년째 가까이 묵묵히 걸어왔다. 미주·유럽·캐나다·오세아니아·동남아까지 발을 넓히며 세계인의 입맛에 조금씩 스며들고 있다.

물론 여전히 풀어야할 난제가 많다.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가스로 인한 포장 팽창, 시간이 지나며 달라지는 맛은 소비자 불편을 낳기도 했다. 하지만 관점을 바꾸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살아 있는 유산균이 숨 쉬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설명은 오히려 김치의 개성을 드러내는 매력이 된다. 불편을 기술로만 지우려 하기보다, 그것마저 김치의 이야기로 바꿔내는 상상력, 그것이 김치 세계화의 힘이다.

케데헌이 한국 전통 설화와 현대적 감각을 절묘하게 엮어냈듯, 김치도 전통의 깊이를 지키면서 현대의 다양한 국가의 식문화와 만나야 한다. 김치 타코, 김치 버거, 김치 파스타 같은 시도들은 이미 세계 곳곳에서 시작됐다. 정체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무수한 변주는 김치를 ‘반찬’에서 ‘요리’로 확장시킨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김치 안에 담긴 이야기다. 발효라는 과학, 기다림이 주는 깊은 맛, 함께 나누어 먹는 정(情). 이 이야기가 곁들여질 때, 김치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문화’가 된다.

지난 5월, 종가는 미국 LA의 88rising Music Festival, 8월 영국 런던의 All Points East Festival에 참여했다. 세계의 젊은이들이 낯설지만, 친근함으로 김치를 맛보며 즐거워했다. 그 순간 김치는 ‘특이한 발효식품’에서 ‘나와 함께 즐기는 음식’으로 한걸음 더 나아갔다. 나는 케데헌속 루미, 조이, 미라, 진우와 같은 친구들이 문화의 벽을 뛰어넘어 김치와 함께 웃고 즐기는 모습을 보았다. 김치는 이미 새로운 시대의 언어가 되고 있었다.

케데헌이 남긴 메시지는 명확하다. “뿌리를 지키되, 세상과 나눌 때 더 큰 힘을 얻는다.” 김치도 그 길을 걸어야 한다. 언젠가 김치는 밥상 위의 ‘반찬’을 넘어, 한국 문화와 건강한 삶을 이야기하는 살아 있는 증거가 될 것이다.

나는 상상해본다. 1969년, 닐 암스트롱이 달에 첫발을 내디디며 남긴 말. “한 인간에게는 작은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 1987년, 종가김치가 일본으로 첫 수출되던 순간. 그때 선배들은 이렇게 속삭이지 않았을까. “이 김치 한 포기는 한국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 식문화에는 위대한 도약이다.”

그날의 담대한 꿈은 이제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케데헌이 보여준 한국 문화의 힘처럼, 종가김치 역시 한국을 대표하는 김치로서 머지않은 미래, 세계 어느 도시의 식탁에서든 김치를 맛보며, 건강하고, 환하게 웃게 만드는 세계인의 식품이 될 것이다.

문화는 결국 사람과 사람을 잇는 다리다. 케데헌과 김치가 그 다리 위에서 만나, 새로운 한류, K-wave의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져 나갈 것이다.

대상 종가 ‘헤드 인 더 클라우드 LA 2025’ 참가 현장 (사진=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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