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세븐일레븐도 이제 1·2위 경쟁을 해볼 만하지 않겠나.”
편의점 업계 1·2위 CU와 GS25에 밀려 3위에 머물러 있던 세븐일레븐이 최근 업계 5위 미니스톱을 끌어안으며 새로운 도약을 노리고 나섰다. 이번 미니스톱 인수를 놓고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는 지난 2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롯데지주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같이 업계 선두권 탈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나선 마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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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지주 추산 CU 전국 가맹 점포수는 1만5816개, GS25는 1만5453개로, 근소한 차로 선두 경쟁을 펼치고 있다. 뒤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는 세븐일레븐은 1만1173개인데, 2602개의 가맹 점포수를 확보하고 있는 미니스톱을 끌어안으면서 1만3775개까지 전국 가맹 점포수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 따른 것이다.
편의점 업계 내에서 미니스톱은 전세계 편의점 강국인 일본과 유사한 형태의 점포로 유명하다. 통상 일본식 편의점은 넓은 매장과 다양한 즉석 식품에 강점을 갖는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미니스톱 전국 가맹 점포의 평균 면적은 25.1평으로 타 업체(세븐일레븐 21.2평·CU 22.9평·GS25 20.6평·이마트24 17.9평) 대비 압도적으로 넓다. 또 즉석식품 관련해서도 2008년 국내 편의점 업계 최초로 치킨을 판매하는가 하면 현재에도 다양한 즉석식품들을 구비해 확실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세븐일레븐은 미니스톱 인수를 통한 가맹 점포수 확대로 이른바 ‘바잉파워(Buying Power)’가 높아져 향후 매입 단가 개선을 통한 상품 이익률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수합병(M&A) 시장에선 롯데지주가 미니스톱 인수를 위해 쏟아부은 3134억원이 과하다는 일부 평가가 있지만, 이 대표는 “편의점 업계 1위 탈환에 이 정도 투자는 해야되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그렇다면 국내 미니스톱 간판이 사라지기까지 얼마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일까. 2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2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세븐일레븐의 미니스톱 인수를 승인함에 따라 5 영업일 이내 인수대금 잔금을 치뤄야 한다. 이에 따라 딜클로징은 오는 28일께 이뤄질 것으로 보이며, 직후 인수 관련 공식발표와 함께 본격적인 통합 작업이 진행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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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미니스톱 간판을 단 편의점들은 최대 5년까지 사라지지 않을 수도 있다. 통상 편의점 업계 가맹 계약기간은 5년으로, 연초 미니스톱과 가맹 계약을 맺은 점포들은 미니스톱 간판을 달고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세븐일레븐 역시 일단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를 유지하면서 자회사 롯데CVS에 미니스톱 운영을 맡기기로 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미니스톱과 가맹 계약이 만료되는 가맹 점포들부터 순차적으로 세븐일레븐이 끌어안을 예정이며, 원론적으로 5년까지 걸릴 수도 있겠지만 다양한 노력으로 가급적 빠른 시일 안정적 통합이 이뤄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세븐일레븐은 과거 2010년 편의점 바이더웨이를 인수한 이후 무려 10년 가까이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를 이어오다가 2019년에서야 세븐일레븐에 바이더웨이를 통합했다.
일각에선 바이더웨이의 더뎠던 통합 과정을 들어 이번 미니스톱 통합 작업 역시 녹록치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내놓는다. 바이더웨이 가맹 점포들이 세븐일레븐으로 간판을 바꿔다는 과정에서 일부 갈등이 표출되기도 했었는데, 세븐일레븐은 이들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예상보다 많은 비용을 지출하기도 했다는 업계 내 후문도 있다. 때문에 세븐일레븐이 이번 미니스톱 통합 과정에서 인수대금 3000억여원에 더해 1000억~2000억원은 더 소요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세븐일레븐은 순조로운 통합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다하는 모습이다. 세븐일레븐 운영사인 코리아세븐은 지난 23일 주주배정 방식으로 48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서며 넉넉한 자금 확보에 나섰다. 1500억원은 운영자금으로 활용할 방침이며, 나머지 3300억원은 롯데CVS에 출자해 미니스톱 통합 과정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미니스톱은 딜클로징 이후 1개월 이내 임직원 500여명에 매각 위로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또 최장 3년의 고용 승계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딜클로징 이후 세븐일레븐 실무진과의 직접적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내용이 정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