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지난 2016년 말부터 끊임없이 수사와 재판에 시달려온 삼성은 검찰의 기소로 또다시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재판이 반복될 경우 정상적인 경영이 불가능할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경영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하고,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지각변동이 가시화되고 있는 시기에 삼성은 사법 리스크로 발이 묶이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7년 2월 국정농단 뇌물 혐의로 구속됐다가 2018년 2월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된 뒤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기소할 경우 이 부회장은 다시 법정에 서야 한다.
무엇보다 지난 5월 대국민 기자회견 이후 국내외 경영 보폭을 넓혀 온 이 부회장의 행보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부회장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국내외 사업장을 방문해 미래 전략을 점검하는 한편, 10조원 규모의 극자외선(EUV) 파운드리 생산시설 구축, 8조원 규모의 낸드플래시 생산라인 증설 등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신규 채용 규모도 올해 연말까지 3개년 목표치인 4만명을 달성할 전망이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하고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계열사 합병·분식회계를 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삼성은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회계 변경은 바이오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반영한 것이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검찰의 이번 수사가 무리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삼성의 회계 이슈는 부실을 숨기기 위해 재무제표를 조작하거나 가공한 사례와는 달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어떠한 회계처리 방식으로 반영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에 대한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삼성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한 만큼 재계도 검찰 수사 상황을 주목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총수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최고경영자(CEO)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선 총수가 주요 결정을 해줘야 한다”며 “이재용 부회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지나치게 오래 지속되는 것은 삼성은 물론 국가 경제에도 좋을 게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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