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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이 말은 무슨 뜻일까. 귀브는 미국 메이저리그 LA다저스의 에이스 투스 ‘클레이튼 커쇼’를 지칭한다. 귀브는 투수의 구종 중 하나인 ‘커브’를 뜻한다. 즉, 저 말은 ‘오늘 경기에서 커쇼의 커브는 최고였다’ 정도로 해석이 가능하다.
‘귀’와 ‘커’처럼 언뜻 볼 때 비슷해 보인다는 단어를 바꿔 사용하는 언어유희를 가리켜 ‘야민정음’이라고 한다. 야민정음이란 이러한 놀이 비롯된 국내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야구 갤러리와 훈민정음을 합친 단어다. 강아지를 가리키는 ‘멍멍이’를 ‘댕댕이’로 표현한다거나 캐나다 출신의 세계적인 가수 ‘저스틴 비버’를 ‘또뜨’라 부르가나 ‘부부’를 ‘쀼’로 줄여쓰는 것이 그 예다.
사실 한자의 자음과 모음을 다른 기호로 대체해 비틀어 표현하는 것은 야민정음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주요 메신저로 사용됐던 ‘버디버디’ ID들은 한글 단어를 비슷한 생김새의 영어 알파벳과 일본어 카타가나로 적는 경우가 있었고 지금은 문을 닫은 ‘싸이월드’에서 자신의 소개글이나 일기장 글을 다른 사람이 읽기 어렵도록 한글을 변형해 기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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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에게 익숙해진 야민정음을 주목한 곳은 방송계 뿐만이 아니다. 트랜드에 민감한 마케팅 분양에서도 야민정음을 사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팔도는 지난해 2월 자사의 인기 상품인 팔도비빔면의 이름을 야민정음으로 표기한 한정판 상품 ‘괄도네넴띤’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첫 물량인 1만5000개가 23시간만에 팔려나갈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농심도 지난 1월 자사 인기 라면인 ‘너구리’를 약 3배 맵게 만든 ‘앵그리 RtA’를 선보였다. RtA는 너구리를 야민정음화 한 단어로, RtA를 거꾸로 돌려보면 너구리로 보인다. 앵그리 RtA는 출시 3개월만에 누적 매출 100억원을 돌파하며 인기를 끌었다. 이에 농심은 기간 한정으로 선보였던 이 제품을 ‘앵그리 너구리’로 정식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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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야민정음 활용을 두고 ‘한글 파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유통업계 관계자는 “야민정음은 밀레니얼 세대들이 제품을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는 방법 중 하나”라면서 “해당 애칭들은 인터넷을 즐기는 젊은 세대는 누구나 알 정도로 친숙하기 때문에 보수적인 식품업계에서도 차용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