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원 두산 회장, 두산重·건설 '백조 변신' 드라이브

남궁민관 기자I 2019.03.29 06:00:00

9000억 규모 유상증자…그룹 미운오리 둘 구하기
두산중공업 정부 탈원전 정책 ''직격탄''
두산건설 부동산 침체 여파로 실적 ''뚝''
자구책 마련해 재무구조 개선, 신사업 발굴
박 회장, 그룹 수장 오른지 3주년 맞아
인프라코어 부활 이끈 ''뚝심 ...

지난 2016년 취임식 당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데일리DB
[이데일리 남궁민관 경계영 기자] 두산그룹에 오너 4세 시대를 개막한 박정원 회장이 이달 28일 취임 3년을 맞았다. 그간 두산인프라코어(042670)의 부활과 두산밥캣(241560)의 연착륙 등 긍정적 성과를 냈지만,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의 악영향을 한몸에 받고 있는 두산중공업과 2013년 일산위브더제니스 대규모 미분양 사태 악영향을 털어내지 못하고 있는 두산건설은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한 상황이다.

이에 두산중공업(034020)두산건설(011160)은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구조 개선 및 신사업 투자에 나섰지만, 이 역시 두산건설로의 자금투입 타당성을 시장에 설득하는 일이 당면 과제로 떠오른 모양새다.

◇박 회장 취임 만 3년…두산重 노조 사상 첫 상경투쟁

28일 두산중공업에 따르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두산중공업지회는 노조 설립 이후 최초로 이날 상경 투쟁을 감행했다. 노조 간부 40여명으로 꾸려진 상경투쟁단은 두산중공업 주주총회에 참석한 이후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를 찾아 집회를 전개했다.

공교롭게도 마침 이날은 박 회장이 지난 2016년 3월 28일 두산그룹 회장을 맡은지 만 3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두산중공업 노조의 상경집회는 현재 박 회장이 풀어야 할 당면 과제가 고스란히 드러난 행보다. 노조는 두산중공업이 정부의 에너지정책으로 인해 위기에 직면한 점을 들어 정부의 책임을 묻는 한편, 그룹에는 두산중공업의 두산건설 지원 타당성을 되물었다.

두산중공업 노조는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정책 전환에 따라 신규 원전 건설계획이 폐기되는 등 두산중공업의 위기가 대두되고 있으며, 이는 곧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으로 직면했다”며 “에너지정책 변화는 노동자들의 고용보장에 대한 고민없이 진행되고 있어 해소방안이 보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더욱이 두산중공업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노동자 고용을 지켜내기 보다 지난 2월21일 계열사 지원을 위한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도 했다”며 “두산그룹은 이러한 증자를 통해 두산건설에 3000억원을 출자하는 등 노동자들의 고통분담이 이어가는 와중에도 두산중공업에 대한 지원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뇌관’은 두산건설…유상증자 효과 있나

실제로 현재 두산중공업은 위기 상황에 직면해있다. 정부의 급진적 탈원전·석탄화력발전 축소 정책 속 신재생에너지 확대는 지지부진하며 수주 공백이 발생한 상황. 2016년 20조5294억원에 달했던 수주잔고는 지난해 16조4022억원까지 감소했다. 위기감 확대 속에 지난해 말 김명우 사장은 자진 사퇴했고, 올해 상반기 중 과장급 이상 직원 3000여명이 순환 유급휴직에 돌입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두산중공업과 두산건설이 최근 결정한 유상증자가 우려감을 키웠다. 두산중공업은 유상증자(5000억원 규모) 및 비업무용 부동산 매각(3500억원 규모)을 통해 총 8500억원의 자금을 마련키로 했다. 재무구조 개선 및 신재생에너지 관련 투자재원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일부(3000억원 규모)는 두산건설이 실시하는 유상증자(4200억원 규모)에 투입될 예정이다. 두산건설은 지난해 영업손실 522억원, 당기순손실 5518억원을 기록했고, 차입금 역시 1조113억원에 이르는 등 경영난에 빠져있다. 이에 이달 4일부터 과장급 이상 희망퇴직을 모집 중으로 현재 100여명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시장 반응은 냉담하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해 말 두산중공업 총차입금이 4조4000억원인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유상증자를 통한 차입부담 완화는 제한적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이며, 현금창출력 대비 높은 차입금부담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두산건설은 대규모 자본확충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될 것으로 보이나 비우호적 산업환경을 감안할 때 향후 사업실적 개선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두산 측은 지원이 아닌 투자 개념에서 충분히 타당성을 검토했다는 입장이다. 한 두산 관계자는 “우선 대주주인 두산중공업 입장에서 만약 두산건설이 잘못될 경우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이를 차단하기 위한 투자를 감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특히 두산건설이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차입금 및 관련 이자비용을 줄여 재무건전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인력 조정 및 자산매각 등을 병행하고 있어 더 이상의 손실 가능성은 차단됐다고 보고 있으며, 현재 영업활동에 따른 회복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두산중공업 입장에서도 두산건설 유상증자 참여 외 5500억원 규모의 자금 마련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 및 투자재원으로 활용함으로써 현재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는 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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