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음! 무아, 무아, 무아!’
2017년 ‘마이 슈퍼 루키! 루키, 루키!’
홈쇼핑업계 ‘마법의 주문’ 계보다. 순서대로 아이돌그룹 씨스타의 노래 ‘쉐이킷(Shake it)’, 에이프릴의 ‘무아(Muah)’, 레드벨벳의 ‘루키(Rookie)’ 가사다. 이 노래를 틀 때마다 홈쇼핑 매출은 뛰었고, 각 노래들은 2015년, 2016년, 2017년 GS샵 생방송 중 가장 많이 삽입된 노래가 됐다.
아이돌의 ‘후크’(짧은 후렴구에 반복된 가사)와 홈쇼핑 매출 간 연결고리의 비밀을 푼 이는 유영열 GS샵 영상아트팀 수석이다. 지난달 28일 서울 영등포구 GS샵 본사에서 만난 유 수석은 “홈쇼핑 음악은 시간의 예술이다. 상품의 재질, 모양, 잠재적 고객의 특성 등을 모두 고려해 해당 상품이 지닌 감성을 파악한 후 음악을 선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홈쇼핑의 아이돌 사랑…후크송으로 고객 낚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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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노래만 틀면 상품은 매진됐다. 지난해 10월부터 ‘완판행진’을 이어간 아디다스 벤치코트의 경우, 레드벨벳과 트와이스의 노래만 나오면 상품 주문전화가 급격히 뛰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홈쇼핑은 한정된 시간 안에 구매욕구를 자극해야 하는데, 음악이 ‘모래시계’의 역할을 한다는 게 유 수석의 설명이다.
유 수석은 “음악은 고객에게 ‘시간이 가고 있다’는 무언의 알림 역할을 한다”며 “특히 걸그룹 음악 대부분이 짤막한 소절을 반복하는 형태의 후크송이다 보니 방송의 몰입도를 높이는데 효과적”이라고 부연했다.
상품의 특성에 따라 아이돌이 아닌 80~90년대 올드팝을 선곡하는 경우도 있다.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한 건강용품이나 정적인 분위기를 강조하는 침구류를 판매할 때다. 이때는 당시를 풍미한 팝인 아바의 ‘맘마미아’, 쉬나 이스턴의 ‘모닝 트레인’ 등을 튼다.
◇ “쇼핑채널 다변화…음악 쓰임새 많아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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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 음악에 심취했던 그가 상업음악에 발을 들인 계기는 졸업 후 편곡 회사에 취업하고서부터다. 유 수석은 “2년 동안 팝을 비롯한 각종 음악 2000곡을 편곡했다. 그때 방송음악을 접했는데 재밌더라. 음악이 필요한 분야가 생각보다 많이 있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됐다”고 말했다.
유 수석은 평소 음악 뿐 아니라 마케팅과 청각 공부에도 매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신경과학자인 세스 S 호로비츠의 책 ‘소리의 과학’을 읽었다. 그는 책 본문 중 ‘동물은 1초의 100만분의 1 이내에 생기는 소리의 변화도 감지하고 이에 반응할 수 있다’는 내용을 소개하며 “음악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그만큼 클 수 있다는 증거”라고 힘 주어 말했다.
“TV뿐 아니라 인터넷이나 모바일 등으로 쇼핑채널이 다변화하고 있다. 음악의 쓰임새도 더 많아질 것이다. 소리가 주는 영향을 비롯해 AI(인공지능) 등 각종 신기술을 연구해 고객이 감동할 수 있는 음악을 선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