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지난 7월 장 변호사는 범법자로 언론에 이름이 오르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개인 회생·파산 사건 관련, 브로커에게 자신의 변호사 명의를 불법 대여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것.
개인 회생 사건 분야는 제출 서류 양식이 비교적 간단해 법조계에서 브로커들이 가장 활개치는 분야로 꼽힌다. 날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법률 시장 환경 속에서 생존 위기로까지 내몰린 일부 변호사들이 브로커가 내미는 ‘검은 손’을 뿌리치지 못하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유명세 덕에 남들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이었던 장 변호사 역시 ‘생존 정글’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
◇전관 출신도 국선전담변호인 지원
법조계도 취업 전쟁에서 예외가 아닌 시대가 됐다. 지난해 ‘빅4’ 로펌(김앤장·광장·세종·태평양)의 경우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변호사 중 상위권 학교를 중심으로 각각 20~25명 정도를 채용했다. 10대 로펌까지 범위를 넓혀도 신규 로스쿨 변호사 채용 규모는 200~250명 수준이다.
‘법조인 2만명 시대’ 취업난이 심각하다 보니 안정적인 공기업이나 대기업 사내 변호사 채용 경쟁률도 치솟고 있다. 지난 2004년 도입 초반 지원자 미달이거나 경쟁률이 매우 낮아 ‘찬밥’ 취급을 받던 국선전담변호인조차 최근에는 10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심지어 전관(前官) 출신 지원자도 있다.
국선전담변호인은 매달 600만원 가량의 급여에 사무실을 제공받는다. 일부 변호사들이 매달 200만원에 불과한 수입을 얻는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결코 적지 않은 액수다. 법조계에선 사건 수임 스트레스 등에서 자유롭다는 이점까지 더해져 국선변호인의 인기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새내기 변호사들, 로펌 ‘갑질’에 고통
생존 위기 속에 새내기 변호사들은 법무법인의 ‘갑질’에 시달리기도 한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반드시 6개월의 실무수습 기간을 거쳐야 하는데, 실무수습 기간 동안 일부 로펌들은 ‘열정페이’를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노동력 착취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을’의 지위에 있는 새내기 변호사들로선 부당한 대우를 당해도 쉽사리 문제제기를 할 수 없는 처지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로 구성된 한국법조인협회는 현재 실무수습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 김동선(28)씨의 폭언·폭행 사건도 이같은 법률시장의 상황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 로펌 입성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주요 클라이언트(고객)인 재벌 앞에선 ‘을’의 처지이긴 매한가지이기 때문이다. 신입 변호사 신분에 앞으로의 조직 생활을 고려한다면 클라이언트의 ‘갑질’에 침묵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얘기다.
중소 로펌 소속의 한 변호사는 “대형 로펌 소속이라도 결국은 조직 구성원에 불과하다”며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변호사들 입장에선 시끄러운 상황을 만드는 걸 가장 꺼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도 “업무 강도가 엄청나지만 지옥으로 변한 법률시장을 직접 맞닥뜨리는 것보단 낫지 않겠느냐”며 “참고 버텨야 한다는 생각이 강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