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제주도 여행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게 있다면 바로 렌터카, 제주도 나름대로 교통 시스템이 잘 갖춰 있지만 이동 거리도 길지 않고, 교통량도 많지 않은 만큼 여유로운 여행을 생각한다면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때문에 제주도는 그 어떤 지방, 지역보다 많은 렌터카 업체와 차량이 있는 곳이며 공급이 많은 만큼 그 이용 요금도 다른 곳보다 무척 저렴하다.
제주도 이야기를 꺼내게 된 건 조금 늦은 여름 휴가를 떠나게 되면서다. 남들이 모두 여름 휴가를 다녀 온 9월 중순, 문득 제주도를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별다른 준비 없이 제주도로 떠나기로 했다. 다만 이번 여행이 평소와 다른 것이 있었다면 차량, 푸조와 시트로엥이 제주도에서 렌터카 사업을 시작했고 그 렌터카 사업이 제법 잘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번 휴가의 파트너로 푸조 308SW 1.6를 택했다.
이번 휴가의 테마는 ‘쉼’이었다. 평소 제주도 여향이라면 제주도에 살고 있는 지인들을 모두 불러 같이 드라이빙도 하고 맛집도 돌아다니고 제주 민속촌를 비롯해 제주도에 산재되어 있는 다양한 테마의 전시, 박물관을 돌아나기는 게 일상인데 이번 여행에서는 그저 해안 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하고 해변을 거닐며 바람을 쐬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하지만 기자의 삶이라는 것이 그렇듯 여행의 첫 날은 당초 예상한 것보다 다소 정신 없이 시작되었다.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 서울 도심을 오가며 취재를 하고 기사를 마감하며 정신 없이 시간을 보냈다. 김포공항에서 티켓을 교환하고 비행기에 오른 후에야 모든 걸 마칠 수 있었다. 한 시간 가량의 비행 동안 정신 없는 일상을 지워내고자 했다.
제주도 여행을 다녀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제주도 렌터카는 다른 지역과는 다소 다른 운영 방식을 따른다. 다시 불친절 하게 느껴질 정도로 간결한 대여 업무와 공항 주차장에서 키만 받고 바로 출발하는 프로세스를 따른다. 처음에야 어색하게 느껴지지만 적응이 되면 어느 순간 카쉐어링에서 차량을 빌리는 것만큼 간결해진다. 내심 걱정이었던 건 바로 이 부분, 수입자동차 브랜드인 만큼 기존 렌터카와 달리 복잡하게 운영될까 우려가 생겼다.
하지만 무척 다행스럽게 푸조-시트로엥 렌터카가 대기 되어 있는 주차장으로 자리를 옮기니 예약을 확인하고는 평소 대다수의 제주 렌터카들과 마찬가지로 간편하게 차량을 인수 받을 수 있었다. 주차장 비용을 지불하고 본격적인 주행을 시작했다. 평일에 제주도를 방문한 만큼 공항에는 사람들이 별로 보이지 않았고, 도로에는 차량도 별로 보이지 않았다. 디젤 엔진 고유의 넉넉한 토크로 시원스레 가속한 308SW 1.6은 첫 번째 목적지인 섭지 코지 방면으로 차를 몰았다.
이미 관광지로 자리 잡은 섭지 코지에는 아마도 사람이 많을 것 같아 피했다. 섭지 코지 인근, 성하지만 목적지는 섭지 코지가 인근의 작은 부두 근처에 차량을 세웠다. 해안을 따라 시멘트로 도로가 만들어져 있고, 사람들은 오가며 산책을 하는 모습이었다. 한적한 분위기가 좋아 잠시 차를 세우고 바람을 즐겼다. 오후에 도착한 덕에 해는 이내 저무는 모습이었고 바람은 왠지 더 차갑게 느껴졌다.
308 SW 1.6를 몰고 포장된 길을 따라 조금 더 움직이니 사람들의 수가 점점 줄어들었다. 여유로운 분위기가 좋아 차량을 잠시 세웠다. 눈 앞으로는 바다가, 그리고 등 뒤로는 낮은 언덕이 보였다. 다시 차량을 세우고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었다. 아무런 생각 없이 찍어서 그런지 왠지 편하게 찍을 수 있었다. 그 순간 언덕 위에서 풀을 뜯는 말들을 볼 수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는 건 위험한 만큼 멀리서 보는 걸로 만족해야만 했다.
해가 저물기 시작했고, 저녁을 먹으러 다시 차에 올랐다. 처음에는 표선 항으로 이동하여 광어직판장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가 인터넷으로 맛집을 검색하던 중 광어직판장 인근의 강해일이라는 횟집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심 걱정스러웠지만 결과는 무척 만족스러웠다. 충분히 숙성시킨 선어회와 다양한 반찬들은 먹어도 그 양이 줄어들지 않는 것 같았다.
이튿날 날이 밝았고 숙소 인근에 펼쳐진 해안이 마음에 들었다. 아직 이른 시간이었지만 사진 찍기에 충분히 밝은 날이었다. 아침 운동을 할 겸 308SW를 끌고 주변 해안가를 돌아다녔다. 그러던 중 제주 올레길 3코스인 온평-표선 올레 인근의 어촌에 들렸다. 차량을 끌고 부두 제일 안쪽으로 이동해 차량을 잠시 세웠다. 하얗게 부셔지는 파도와 구름이 가득한 하늘, 하얀색 푸조 308SW 그리고 검은 현무암이 무척 잘 어울렸다.
평소 아침을 자주 먹는 편도 아니고, 점심을 먹었다간 비행기를 놓칠 것 같다는 생각에 서둘러 짐을 챙기고 제주 공항으로 향했다. 제주 공항으로 가는 길은 제주도의 유명한 1100 도로를 택했다. 높은 고도, 굽이치는 길, 무척 까다로운 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면의 상태가 썩 좋지 않음에도 308SW는 능숙하게 움직였다. 게다가 MCP도 빠진 덕에 변속 상황에서의 고질적인 반응도 없어 운전하는 입장에서 무척 만족스러웠다. 속도를 내기 보다는 차량을 경쾌하게 움직이는 재미가 상당했다.
그렇게 다음의 제주도를 기약했다.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새삼 푸조 308SW 1.6가 떠올랐다.
308SW의 가장 큰 매력은 패밀리 카이며 한편으로는 넉넉한 적재 공간을 자랑하는 왜건이다. 덕분에 최대 다섯 명의 탑승 인원과 많은 짐을 효과적으로 적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비슷한 구성이나 형태의 차량들이 이미 제주도에서 렌터카로 사용되고 있지만 그래도 푸조가 제시하는 매력은 분명 그들과는 다른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LPG 차량과는 또 다른 디젤의 효율성도 역시 빛났다. 제주도에서 1박 2일 동안 평균 19km/l 수준의 효율성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는 LPG 차량보다 매력적인 효율성이며 출력까지 생각한다면 확실한 강점이라 말 할 수 있는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