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25th SRE]한기평 선행 7건…한신평 후행 11건

이명철 기자I 2017.05.30 07:00:50

누가 먼저 신용등급 조정했나 살펴보니
등급 선행 조정, 한기평 7건·나신평 6건
조선·건설·캐피탈 등 이슈 적절히 대응
한신평, 선행 1건 그쳐…후행 조정 11건 최다
“단순 선제경쟁 아닌 진지한 고민 전제돼야”

*조사대상 : 조사대상기간(2016년 10월24일~2017년 4월4일)에 등급, 전망, 워치를 변경한 내역(공시일 기준)
*1~2일(영업일) 차이는 내부 프로세스 처리에 필요한 시간으로 보고 선행·후행 판단하지 않음
*3개월을 초과해 차이가 나는 것은 신평사별 관점이 다른 것으로 봄
*3일~3개월 이내 기간에서 등급, 전망, 워치를 먼저 조정했고 나머지 신평사 1곳 이상이 따라오면 선행, 선행한 곳을 따라가면 후행으로 간주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올해에도 주요 회사채 발행기업에 대한 신용평가사간 선제 등급 조정 시도는 이어졌다. 한국기업평가와 NICE신용평가는 빨랐고 한국신용평가는 한 박자 느렸다. 다만 예년과 비교해 등급 조정 속도 강도는 전반적으로 약해졌다. 지난 몇 년간 지속된 등급 하향 조정 추세로어느 정도 시장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시그널로 해석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대우조선·GS건설·신세계…신용등급 조정마다 화제

이데일리가 25회 SRE 평가기간인 지난해 10월23일부터 올해 4월4일까지 이뤄진 회사채 신용등급, 등급전망(Credit outlook)·감시(Credit watch) 조정 내역을 살펴본 결과 한기평이 ‘선행’ 7건을 기록했고 NICE신평 6건으로 뒤를 이었다. 한신평은 1건에 그쳤다. ‘후행’은 한신평 11건으로 가장 많았고 한기평 4건, NICE신평 2건을 각각 기록했다.

평가일 기준 3일~3개월 먼저 조정한 결과를 다른 신평사가 따라오면 선행, 반대는 후행으로 판단했다. 1~2일 차이는 행정 처리에 걸리는 시간, 3달 초과는 관점이 다른 것으로 해석해 선·후행에 포함하지 않았다.

등급 조정 속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한기평은 업황 우려가 커지는 조선업체의 신용등급을 가장 먼저 낮추며 선제 대응에 나섰다. 우선 2월14일 유동성 위기가 극대화된 대우조선해양 신용등급을 ‘B(부정적)’로 내렸다. 이전에도 신평사의 대우조선해양 신용등급 하향 조정은 계속됐지만 B등급으로 강등은 한기평이 처음이었다. 2월23일 한신평도 ‘B(하향검토)’로 낮췄다. 이후 금융당국의 추가 지원 논란이 불거진 3월에는 3사가 일제히 ‘B-(하향검토)’로 낮추며 등급격차(스플릿)를 해소했다. 출자 전환 등 지원방안이 확정될 경우 채권자 권리 악화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3월30일에는 현대중공업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내리며 선제 대응에 나섰다. 이후 4월4일 한신평도‘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내렸다. 조사기간이 지나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NICE신평 역시 4월6일 ‘A(부정적)’이던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신용등급을 ‘A-(부정적)’으로 강등하며 조선업 하향 행렬에 동참했다.

지난해 11월에는 한기평과 NICE신평이 연이어 아주캐피탈과 한국캐피탈 신용등급을 각각 ‘A+(부정적)’, ‘A(부정적)’에서‘A(안정적)’, ‘A-(안정적)’으로 낮췄으며 이후 한신평이 같은 등급으로 조정했다. 한기평은 아시아나항공도 지난해 12월 처음‘BBB-’로 내렸고 한신평은 약 보름 지나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췄다.

NICE신평은 16건 선행을 기록했던 24회에 비해 많이 줄었지만 크레딧 시장에서 이슈 기업의 신용등급 조정 주도권에 나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세부 조정 내역을 보면 주로 건설 분야에서 선제 조정이 눈에 띄었다. 지난해 12월 포스코건설과 GS건설을 각각 ‘A+(안정적)’, ‘A(부정적)’에서 ‘A+(부정적)’, ‘A-(안정적)’으로 내렸다. 해외 프로젝트 원가율 상승과 공사 지연 등에 따른 손실이 우려된다는 판단에서다. 이후 며칠 지나 한기평은 포스코건설을 ‘A+(부정적)’으로 한신평이 GS건설 ‘A-(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하며 후행했다. 3월29일에는 지난해 3분기 감사의견 거절로 홍역을 치렀다가 지난해 ‘적정’ 의견을 받은 대우건설 신용등급 전망을 가장 먼저 ‘하향검토’에서 ‘안정적’으로 변경했다. 한신평은 이틀 뒤인 31일 ‘안정적’을 부여했지만 한기평은 4월3일 ‘안정적’으로 조정하면서 후행으로 분류됐다. 같은달 신세계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낮췄고 올해 3월 한신평도 같은 등급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기평이 앞서 지난해 9월 신세계 신용등급을 처음 ‘AA-’로 낮췄지만 3달 이상 차이가 나 관점의 차이로 해석했다.

한신평은 지난해 12월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부정적)’로 낮춘 동두천드림파워가 유일한 선행 등급 조정이다. 올 3월NICE신평이 같은 간격으로 신용등급을 조정하며 후행했다.

◇선행 조정 절반 뚝…적절한 평가시점 고민할 때

신용등급 조정에서 나타난 특징은 하향의 경우 다른 신평사보다 며칠이라도 빨리 조정하려는 시도가 있었던 반면 상향은 대개 시점이 비슷했다는 점이다. SK케미칼은 NICE신평이 지난해 12월21일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등급 전망을 올리자 이틀 후 한신평도 ‘A-(안정적)’에서 ‘A-(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NICE신평과 한신평은 3월17일 같은날 SK인천석유화학 신용등급을 ‘A+(안정적)’에서 ‘A+(긍정적)’으로 올렸다.

현대로지스틱스에서 바뀐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해 12월 3사가 일제히 ‘BBB+(상향검토)’에서 ‘A-(안정적)’로 상향 조정했다. 롯데그룹에 편입되면서 재무 지원 가능성이 높아졌다는평가를 내렸다.

신평사간 등급 하향 조정 경쟁이 예전에 비해 줄었다는 점도 특이 사항이다. 24회의 경우 NICE신평이 선행 16건·후행8건, 한기평 선행 7건·후행 17건, 한국신용평가 선행 7건·후행 22건을 기록했다. 3사 선행 조정만 총 30건에 달했다. 하지만 25회에서는 선행 조정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14건에 불과했다.

2013년 동양그룹 사태를 비롯해 최근 대우조선해양까지 신용등급 적정성에 대한 논란으로 촉발한 신평사의 하향 조정 우위현상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SRE 자문위원은 이에 대해 “인플레 됐던 신용등급이 최근 2년여간 급격히 풀리면서 하향 추세가 굉장히 많이 나타났기 때문에 하향 조정 자체가 크게 줄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각 신평사가 중점적으로 다루는 발행기업의 신용등급 반영이이번에는 많지 않았던 영향도 있다. 실제 이랜드그룹 신용등급하향조정에서 앞섰던 한신평은 지난해 12월 이랜드월드 신용등급을 ‘BBB(부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낮춘 바 있다. 이후 올해 4월11일에야 한기평이 같은 단계로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해 평가에 포함되지 않았다.

단순히 신용등급을 먼저 내린다고 해서 적시성이 우수한 것은 아니라는 설문 결과도 나왔다. 신용등급 선행보다 후행이많은 한신평의 경우 기업 신용위험 변화와 관련해 선제적 의견제시가 적절히 이뤄졌는지를 묻는 질문에 가장 높은 평점(5점 만점에 3.62)을 기록했다. 특히 크레딧 애널리스트로부터는 4.04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신용등급 선제 상향 또는 하향 조정이 꼭 적정한 평가라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