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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각 한 스터디 카페 홀은 10여명의 학생들이 각자 취업 준비 공부에 여념이 없었다. 한쪽 구석 스터디룸에서는 공무원 시험 준비생 5명이 한국사 스터디를 하고 있었다.
지방에서 대학을 다니다 휴학한 뒤 지난해 서울로 올라왔다는 김모(25·여)씨는 “소위 취업에 약점이란 ‘지방대·인문계·여성’ 3대 요소를 다 갖췄다”며 “민간기업은 취업 자체가 어렵다. 공무원 시험이 그나마 탈출구 ”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청년실업자 43만…구직단념자·단기알바 등 ‘사실상 실업자’ 훨씬 많아
‘공식’ 실업자 수가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었다는 정부의 발표가 나온 이날 한파보다 더 추운 최악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들의 마음도 얼어붙었다.
전체 실업자 101만 2000명(지난해 12월 기준) 가운데 43만 5000명(43%)이 청년층(15~29세)이다. 청년 실업률은 9.8%로 전체 실업률(3.7%)를 훨씬 웃돈다. 공식 통계로도 잡히지 않는 구직 단념자나 단기 아르바이트생까지 포함할 경우 실질적인 청년 실업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3월 상반기 공채 시즌을 앞둔 청년들은 어느 때보다 힘겨운 겨울을 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황모(27·여)씨는 “지난 하반기에 기업 몇 곳에 입사 지원서를 넣었는데 서류에서 떨어졌다”며 “스펙을 쌓기 위해 넣은 대기업 인턴 전형 10곳마저 모두 떨어졌다. 부모님 뵐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공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박모(29)씨는 구직 기간이 길어지자 부모님께 손 벌리기 죄송해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 야간 택배 아르바이트 중인 박씨는 “PC방이나 편의점은 생활비를 대기엔 보수가 너무 적다”며 “취업준비생들이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 자리라도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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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실업은 비단 대학생 및 예비 졸업생만의 문제는 아니다. 더 나은 업무 환경과 안정적인 미래를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공무원이나 전문 자격증 시험에 뛰어드는 ‘자발적 실업자’도 적지 않다.
졸업 후 컨설팅 회사에 다니다 공무원시험 준비 중인 박모(33)씨는 “퇴직금 500만원을 전부 털어 넣고 3년째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고 있다”며 “이번에도 불합격 한다면 다른 길을 찾아보겠지만 나이나 스펙 등이 걸려 대기업 입사는 꿈도 못 꿀 것 같다”고 토로했다.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는 김모(33)씨는 “대기업에 입사를 하더라도 얼마 못 가 나갈 수 있는 상황에서 자격증을 따는 게 먼 미래를 봤을 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치열한 생존 경쟁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우정마저 사치다.
경찰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이세훈(26)씨는 “매일 같은 학원에서 얼굴을 마주치지만 어느 한쪽이 합격하고 나면(기존) 친분이 거의 이어지지 못한다”며 “수험생들 머릿속에는 합격해서 빨리 이 곳을 벗어나자는 생각들 뿐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