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윤의 은퇴설계]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박기주 기자I 2016.08.13 09:00:00
[오종윤 한국재무설계 대표] 1억 원짜리 물건이 있다. 그 물건을 사려는 사람이 10명이고 그 물건을 팔려고 하는 사람이 20명이다. 즉 물건을 사고자 하는 사람은 살 수도 있고 사지 않을 수도 있다. 반면에 물건을 팔려는 사람은 반드시 팔아야만 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물건의 가격은 어떻게 될까? 당연히 하락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물건의 가격은 얼마나 하락할까? 10%? 30%? 50%? 60%? 70%? 사실 알 수 없다. 하지만 매우 큰 폭으로 하락할 것만은 확실하다.

1970년대 내가 살던 마을에는 50호에 약 400여 명의 사람들이 살았다. 지금은 12호에 20여 명 정도가 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집이나 땅을 팔고 떠났지만 아직도 내 어머니는 그곳에 살면서 자식들을 맞이해주신다. 이런 시골 마을의 집이나 땅, 논, 밭 등은 요즘 가격이 어떨까? 올랐을까? 내렸을까? 사람들이 떠나고 빈집들은 어떻게 됐을까?

현재 우리나라는 한 해에 약 80만 명의 학생이 대학에 들어간다. 20여 년 전에 태어난 사람들이 지금 대학을 다니고 있다. 그런데 2000년 이후에 태어난 아이들은 한 해에 45만 명 수준으로 줄었다. 이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갈 때는 어떻게 될까? 물론 상위권 대학의 입학 경쟁률은 더 치열해질 수 있다. 하지만 입학하려는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정원을 못 채우는 대학이 늘어날 것이다. 그러면 정원을 채우지 못한 대학들은 어떻게 대학을 운영하게 될까? 대학 기능을 제대로 할 수나 있을까?

중국 제조업과 우리나라 제조업에서 생산하는 품목은 일치하는 경우가 많다. 철강, 조선, 화학 등이 그렇다. 예전에는 기술력이나 제품이 우수해서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점점 더 기술 격차가 줄어들고 가격 경쟁에서 중국에 밀리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제조업의 경쟁력은 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물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거나 더 나은 제품으로 경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런 제조업에 종사하는 직원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1955년에서 1980년 사이에는 매년 평균 약 80만 명이 태어났다. 그러나 2000년 이후에는 매년 평균 약 45만 명의 신생아가 태어나고 있다. 30년 후를 생각해보자. 매년 80만 명이 태어나서 살던 집들은 어떻게 될까? 그 집들에 매년 45만 명씩 태어난 세대들이 살게 된다. 집을 부수고 다시 짓는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인구가 줄었으니 집은 당연히 남아돌게 된다. 그럴 경우 집값은 어떻게 될까? 그리고 사람들이 살지 않게 된 집들은 어떻게 될까?

요즘 시골마을을 여행하다 보면 빈집들이 눈에 띈다. 폐교된 학교도 많다. 혹시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주택이나 아파트들도 그런 모습으로 변하는 것은 아닐까?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생각하기조차 끔찍한가? 그렇다면 숫자로 예측해봐야 한다. 머지않아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이기 때문이다. 미리 대비해야 그때도 살길을 찾을 수 있다.

우리의 노후뿐 아니라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도 냉정하게 숫자와 마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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