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지난해 대림산업이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에 공급한 ‘e편한세상 한숲시티’를 분양받은 이모씨는 입주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원래 단지 내에 들어서기로 한 초등학교 설립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씨가 분양받은 5블록 주민들은 단지 내 초등학교가 아닌 단지에서 4㎞ 떨어진 외부에 있는 학교로 자녀를 보내야 한다. 이씨는 “복잡한 도심에서 벗어나 자연 환경 좋은 곳에서 아이를 키우려고 이곳을 분양받았는데 초등학교를 멀리 다녀야 한다니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교육부가 경기도 택지개발지구 내 학교 신설 계획에 대해 대거 재검토 판정을 하면서 이곳에서 분양한 아파트 계약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단지 내 또는 단지 인근에 학교가 들어설 것이란 말만 믿고 분양을 받았는데 아이들이 2~4㎞씩 떨어진 곳에 있는 학교로 통학을 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최근 ‘e편한세상 한숲시티’ 입주예정자 카페에는 학교 설립과 관련 회원들의 불만 의견이 하루에도 몇 건씩 올라오고 있다. 이 단지는 총 6800가구로 미니 신도시급 규모를 자랑한다. 초대형 단지이다 보니 학교 설립 계획도 화려했다. 초등학교 2곳과 중학교 1곳, 고등학교 1곳 등 총 4개 학교가 단지 내에 들어서기로 한 것이다.
이중 이 단지가 2018년 하반기 입주인 것을 고려해 2019년 3월 개교 예정으로 우선 아곡1·2초(가칭)와 아곡중(가칭)을 설립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교육부의 중앙투자심사위원회(중투위)의 심사 결과 아곡2초만 이 시기에 맞춰 설립하고 나머지 학교들은 모두 재검토 판정을 받았다. 신설되는 아곡2초도 인근에 있는 소규모 초등학교와 통합해야 한다는 조건이 달렸다.
입주자협의회 측은 “입주예정자 대상 조사를 통해 추정해보니 이 단지의 전체 초등학생 수는 2200여명으로 한 학교에서 수용하는 게 불가능하다”며 “나머지 아이들은 2~4㎞ 떨어진 외부의 초등학교로 통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양주에 조성 중인 다산진건지구 역시 마찬가지다. 1만 8000여가구, 4만 9000여명이 2018년 상반기부터 입주하게 되는 이곳에는 유치원 3곳과 초등학교 4곳, 중학교 1곳, 고등학교 2곳 등 총 10개 교육기관이 들어설 계획이었다. 하지만 중투위에서 유치원 1곳(진건2유)과 초등학교 1곳(진건3초) 등 단 2곳만 2018년 입주시기에 맞춰 개교할 수 있게 승인을 받았다.
당장 급한 것은 중학교다. 지구 내에 중학교가 없기 때문에 입주민 자녀 중 중학생은 6~8㎞ 떨어진 가운중학교로 통학을 해야 한다. 입주예정자들로 구성된 ‘다산신도시 입주예정자 총연합회’는 지난달 10일 경기도시공 다산신도시사업단 앞에서 ‘학교 문제 해결촉구 결의대회’를 열기도 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택지개발지구는 입주 초기에 학교뿐 아니라 다른 편의시설도 조성이 덜 돼 있어 입주민들이 불편할 수 있다”며 “특히 학교 설립 계획의 경우 교육부의 판단에 의해 결정되는 만큼 분양 관계자의 말만 믿고 청약을 하면 낭패를 볼 수 있으니 꼼꼼하게 알아본 후 분양을 받아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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