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독자 여러분께 한 가지만 여쭤보겠습니다. 주말인 토요일, 동사무소에서 우리동네 국회의원 본선거(총선)에 나갈 각 정당별 후보자를 뽑습니다. 여야 모든 정당들의 후보자를 직접 가려 투표하는 겁니다. 두 달 후엔 총선이 치러집니다. 냉정히 말해 아직 총선 분위기가 무르익은 것은 아니지요. 물론 각 당에서 만든 경선 홍보물은 집에 왔고, 어느 정당은 합동토론회·합동연설회도 했습니다. 자, 여러분은 토요일에 짬을 내 투표하러 가실 의향이 있으십니까.
◇오픈프라이머리의 생명은 흥행…‘토요일 투표’가 관건
반응이 천차만별일 걸로 생각됩니다. “소중한 나의 주말에 웬 투표?” “그래도 동네 국회의원이라는데 한번 봐야지” “솔직히 모두 처음 보는 얼굴인데” “아이들 민주주의 교육에는 좋겠군” 등의 이야기가 나올 것 같네요.
위 가정은 제가 임의로 한 게 아닙니다. 새누리당, 특히 김무성 대표가 꿈꾸는 오픈프라이머리의 실제 모습입니다. 그는 대표 당선 때부터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했지요. 김 대표 본인부터 공천에 아픔이 많습니다. 선거 때마다 권력자 실력자가 칼을 휘두르는 폐해를 그 누구보다 잘 압니다.
‘김무성표’ 오픈프라이머리의 성공은 흥행에 달려있습니다. 국민에게 직접 후보자를 뽑아달라고는 했는데, 정작 국민이 귀찮다고 할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국민이 관심 없다면 혈세 낭비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습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새누리당의 오픈프라이머리 계획(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따른 재정소요를 산정해보니, 내년 총선 때 223억원이 들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오픈프라이머리가 인기를 끌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이런저런 예측만 있을 뿐이지요. 그래도 그나마 가장 가까운 게 사전투표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앞선 몇차례 재보궐선거에서 실시한 적이 있는 제도인데요. 선거일에 앞서 금~토요일 이틀간 미리 투표하는 것입니다.
지난해 7·30 재보선은 선거구 15곳에서 치러져 ‘미니 총선’ ‘매머드 재보선’ 등으로 불렸습니다. 재보선 치고는 관심이 컸습니다. 당시 이틀간 사전투표율이 7.98%입니다. 금요일인 첫날은 3.13%였고, 토요일인 둘째날은 4.85%였습니다. 물론 오픈프라이머리와 사전투표제를 단순 비교하긴 어렵습니다. 재보선과 총선의 규모 자체도 다르고요. 그럼에도 주말에 선거를 치른다는 게 그리 녹록한 일은 아니라는 사실 정도는 파악할 수 있습니다.
◇친박계의 ‘동원 선거’ ‘돈 선거’ 우려…절충안 마련해야
친박계(친박근혜계)가 김 대표를 견제하는 건 정설인데요. 친박계는 최근 오픈프라이머리 회의론도 강하게 퍼뜨리고 있지요. 친박계가 가장 우려하는 문제가 ‘동원 선거’의 유혹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한 친박계 초선 의원이 한 이야기입니다. “저도 내년 총선을 준비하고 있잖아요. 오픈프라이머리 하에서 당장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해보면, 결국 버스를 대절하든 승합차를 돌리든 (저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을) 실어 날라야지요.” 또다른 친박계 의원은 이런 우려도 합니다. “돈 선거가 더 심해질 겁니다. 저도 그럴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 선거법 위반 사례가 부쩍 늘겁니다.” 토요일 이른 아침부터 각 동사무소마다 관광버스가 줄을 잇는 주차대란이 펼쳐질 수 있다는 겁니다. 만약 친박계의 예측이 맞다면, 일반 국민이 원하는 모습과는 거리가 있겠지요.
저도 이와 생각이 비슷합니다. 정치인이 줄서는 상대만 달라질 뿐이겠지요. 실력자의 권력은 그만큼 내려갈 수 있을지 몰라도 정치인의 지역 이기주의는 더 기승을 부릴 겁니다. 제가 앞서 이 코너에서 여러번 지적했지요. ‘국가는 안중에도 없고 지역만 생각하는’ 정치인은 이미 너무 많습니다.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주자는 그 좋은 명분을 누가 마다하겠습니까. 그래도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지요. 오픈프라이머리는 곧 정치개혁이라는 등식부터 다시 검토하고, 절충안을 마련하는 게 순서인 것 같습니다.
◇피튀기는 총선…게임의 룰 빨리 정해 불확실성 줄여야
그리고 하나 더. 총선은 그야말로 피튀기는 전쟁입니다. 꼬박 4년을 준비하는 혈투입니다. 그런만큼 게임의 룰이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현역 의원도 민감하겠지만 원외(院外·국회의원에 당선되지 못한 정치인)의 속은 더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생각해보세요. 몇 달 후 중요한 시험인데 과목도 확정되지 않았다면 어떨 것 같습니까.
소위 친박계와 비박계가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으로 연일 으르렁대고 있는데요. 그럴 시간이 없습니다. 게임의 룰을 빨리 확정 지어주는 게 더 공정한 경쟁을 담보할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의견을 기다립니다. 여야 정치권의 정쟁 혹은 정책을 보고 궁금한 점이 있으면 jungkim@edaily.co.kr로 보내주세요. 부족하지만 최대한 답변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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