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동시견제"…사우디, 석유 시추설비 사상최대 늘려

이정훈 기자I 2015.05.01 07:53:01

사우디내 생산 시추공, 1년새 30% 늘려..역대 최대
미국-이란 견제용..아람코-석유장관 교체까지 노려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물론 전세계에서도 가장 많은 산유량을 가진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과의 `석유전쟁`에서 사실상 승기를 잡았다. 유가 하락에 못이겨 미국 셰일가스 석유 시추공이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는 반면 사우디는 오히려 사상 최대치까지 시추공을 늘리고 있다.

투자기관인 WTRG이코노믹스 제임스 윌리엄스 에너지담당 이코노미스트는 30일(현지시간) 사우디가 지난해 3월 이후 지금까지 약 1년간 자국내 석유 및 천연가스 시추공을 30%나 늘려 사상 최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 3위 원유서비스업체인 베이커휴즈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으로 사우디가 석유를 실제로 캐내고 있는 시추공 숫자가 125곳에 이르러 1년전 96곳에 비해 크게 늘려놓은 상태다. 이는 사상 최고치다.

윌리엄스 이코노미스트는 “전세계에 석유 공급이 넘치는 상황에서 사우디는 오히려 산유량을 더 늘리고 있다”며 “이는 과거에 OPEC 국가들이 인위적으로 유가를 끌어내리기 위해 쓰던 방식인데, 현재 사우디는 이를 통해 이란의 석유 수출을 견제하려 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국제유가와 사우디의 실제 생산 석유시추공 숫자


상대적으로 석유 생산비용이 낮은 사우디는 유가 급락으로 인해 손실을 감내하면서도 시장 점유율을 높여 미국 셰일가스와 캐나다 오일샌드 등 신흥 에너지 강자들을 경쟁에서 도태시키는 한편 미국과의 핵협상 타결로 석유 수출을 늘리는 이란까지 동시에 견제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특히 올 1월 권좌에 오른 살만 빈 압둘 아지즈 사우디 국왕은 왕위 계승 1순위인 왕세제 자리에 이복동생을 물러나게 한 후 자신의 조카인 모하메드 빈 나예프 내무장관이자 현 부왕세제를 앉혔고 자신의 아들 모하메드 빈 살만 국방장관은 나예프 왕자의 뒤를 이어 부왕세제로 임명했다. 또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 최고경영자(CEO)였던 칼리드 알 팔리를 아람코 회장 겸 복지부 장관에 지명해 머지 않아 알리 알-나이미 현 석유장관 후임으로 올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윌리엄스는 “이는 사우디의 세대 교체를 의미하며 이를 통해 아랍권에서 이란의 영향력을 축소시키려는 움직임을 계속할 것”이라며 사우디가 이와 같은 석유시장에서의 지배력 확대를 더 강하게 추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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