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신용유의자(신용불량자) 문제는 결국 늘어나는 학자금 대출과 취업난의 악순환 구조 속에서 만들어진 현상이다. 아울러 명품을 뒤쫓는 대학생들의 무분별한 과소비 풍조가 신용유의자 증가에도 한 몫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모 도움없이 스스로 등록금을 부담하는 대학생이 늘고 있지만 이들이 취업해서 소득이 발생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신용유의자는 해마다 늘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결국 사회가 또 하나의 병패를 만든 셈이다.
실제 대학생 김모(31)씨는 최근 아버지의 병환으로 학자금과 생활비 마련이 어려워지자 휴학을 하고 전기자재납부 직원으로 근무했다. 하지만 건설경기악화로 급여가 2년가량 체불되면서 신용카드 및 카드론 등을 통해 940만원 가량을 대출받아 생활비로 충당했지만 임금체불 기간이 길어지면서 신용유의자 신세로 전락했다.
한국장학재단에 따르면 지난 2009년말 학자금 대출을 받은 대학생은 총 98만5777명에 대출금액은 7조3287억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말에는 136만3751명의 대학생이 8조7065억원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자금 대출 규모가 늘면서 신용유의자 신세가 된 대학생도 증가했다. 2009년 당시 2만2142명이었던 신용유의자 수는 지난해말 현재 3만2902명으로 2년새 1만여명이 늘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대학생들이 학자금 대출을 받고 나서도 침체된 경제 여건상 취업이 잘되지 않기 때문에 신용유의자로 전락하는 문제가 생긴다"며 "설사 취업에 성공해도 소득 자체가 줄어든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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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학생 신용유의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이들이 취업할 때까지 신용유의정보 등록을 유예해주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어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학생 신용유의자 증가 등 전반적인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대학생과 가계에만 대학교육에 대한 책임을 떠넘길 것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의 공적지원이 늘어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한국장학재단의 학자금 대출은 미국에 비해 국내 대학생들이 받는 혜택의 비율이 낮다고 말한다. 장학재단의 수혜비율(인원기준)은 지난 2011학년도 기준 15.6%에 불과하지만 미국 연방 학자금 대출 수혜비율은 지난 2007학년도에만 49.3%에 달했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저금리 대출 비중이 낮을 경우 대학생들이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 등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게 되면서 신용유의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더욱 커지기 때문에 이 비중을 더욱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대학은 학교부담 장학금을 확충하고 성적장학금보다 소득 기준 장학금을 확대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해결방안도 내놓고 있다. 아울러 금융회사들도 세제혜택을 부여한 학자금 마련 저축 상품을 출시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노형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대학교육에 대한 투자는 생산 효율성 증대, 혁신 아이디어 출현 등 성장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 지원의 근거로 충분하다"며 "정부는 금융업계와 대학 등을 연계해 졸업 후 대출금 상환 방법을 조언하는 공적 상담 프로그램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학자금 대출에 한해서라도 신용유의자가 된 대학생들은 불이익을 주기보다는 회생을 돕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상동 연구원은 "학자금 대출로 인한 신용유의 정보로 회사들이 취업 시 불이익을 주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등 신용유의자로 빠진 대학생들이 정상적인 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회생시켜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용어설명
-신용유의자: 금융회사로부터 받은 대출금을 3개월 이상 연체하거나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받은 학자금 대출을 6개월 이상 연체하면 신용유의자로 등록돼 제도권 금융회사와의 거래가 제한된다. 지난 2005년 4월까지는 `신용불량자`란 용어를 써 왔지만 이들에 대한 사회적 불이익이 지나치다는 비판이 일자 정부는 `신용유의자`, `금융채무불이행자` 등으로 순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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