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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금융위기가 미국 경제를 강타한 이후로 미국 소비자들은 빚을 줄이거나 저축에 나서고 있다.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중반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가계 부채는 8.6%(1조1000억달러)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8월 자동차 대출과 신용카드 대출 잔액은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물론 가계 부채 감소는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건전한 경제 형성에 도움을 준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이미 더블딥(이중침체) 논란까지 지속되고 있는 미국 경제에 오히려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평가다. 이는 가전제품이나 여행 등에 대한 소비가 줄고, 주택 판매 역시 최악의 부진을 기록 중인 현재 상황만 봐도 짐작 가능하다.
실제 지난 2009년 중반 이후 미국 경제는 연율 2.5% 성장하는데 그쳤다. 짐 어니스트 프로비던트 크레딧유니언 부사장은 "미국인들이 대출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들은 오로지 빚갚기와 저축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가계의 `허리띠 졸라매기`가 앞으로 상당 기간 지속되리라는 점도 미국 경제에는 부담이다. 자넷 옐런 연방준비제도(Fed) 부의장은 "가계가 어느 정도 부채를 축소한 상황이지만 여전히 갚아야 할 빚이 많다"고 지적했다.
역사적으로만 봐도 금융위기 직후 이어지는 가계의 허리띠 졸라매기는 장기적으로 나타났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겪었던 15번의 경제 위기에 대한 연구 결과 대다수 국가에서 금융위기 이후 평균 10년 간 경제 성장과 주택 가격 하락, 실업률 증가 등의 현상이 이어졌다.
게다가 그동안 미국 가계의 대출 증가가 버블 수준으로 높았다는 점도 문제다. 가계 대출이 급속도로 줄어들면 그동안 이에 의존하는 비중이 컸던 미국 경제가 휘청일 수 있다.
미국 경제 생산에서 가계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1997년 66%이던 것이 2007년에는 98%로 늘어났다. 이는 지난 6월 기준 89%까지 빠르게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