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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 줄이고 줄이고~.
경제 전문 포천지는 최근 "명품업계 컨설팅업체인 '럭셔리 인스티튜트' 발표에 따르면 올 시즌 신제품의 가격이 지난 시즌에 비해 대체적으로 20% 정도 낮은 수준에 책정됐다"면서 "가격이 낮아진 건 그만큼 다양한 디자인을 보여줄 만한 여지를 축소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끈이나 징, 화려한 술 장식 등 디테일을 생략하고 마치 떡을 쭉 뽑아내듯 매우 단순한 디자인의 제품을 줄줄이 내놓았다는 설명이다. 패션 칼럼니스트 황정희씨는 "루이비통 같은 경우도 광고 비주얼에선 여러 장식이 달린 제품을 보여주지만, 실제로 상품성을 고려해 내세우는 건 가장 심플한 '스피디'가방 종류"라면서 "요즘 같은 상황에선 여러 공정이 필요해 가격이 올라가는 제품이 환영받기 어렵다는 걸 브랜드도 잘 알고 있다"고 분석했다. 디테일을 생략하기 좋은 곳은 바로 눈에 잘 안 띄는 내부. 업계 관계자는 "주머니를 두 개 달던 걸 하나로 줄이거나, 금장식 쓰던 걸 쇠장식으로 바꾼다든지, 스웨이드 안감을 나일론으로 대체한다"며 "요즘엔 아예 아웃렛 매장 전용으로 똑같은 디자인에 단가만 낮춘 제품을 제조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국산 가죽, 홍콩제 지퍼
황의건 패션 칼럼니스트는 "루이비통에서 비싼 가죽이 아닌 저렴한 PVC(폴리염화비닐)로 가방을 만들어 실리적인 마진을 많이 챙기자 다른 브랜드에서도 '저원가 고부가가치'의 가방을 너도나도 디자인하게 됐다"며 "특히 90년대 말 나일론 원단의 프라다 가방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원가를 줄여도 비싼 제품으로 팔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됐다"고 말했다. 가방은 어떤 재질로 만들어지느냐가 가격 결정에 특히 중요한 포인트. 포천지는 "코치 같이 대중을 겨냥한 제품들은 인도 공장에서 생산한 자카드(jacquard·무늬를 넣어 짠 직물)원단으로 가방을 만들기도 한다"고 전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탈리아 가죽을 고집하던 명품 업체들도 질은 좋으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한국산 가죽을 쓰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며 "이탈리아산이 터치 감이나 여러 면에서 좀 더 낫긴 하지만, 한국산이 최대 40%까지 저렴해 생산 단가를 맞추는 차원에서 환영받고 있다"고 말했다. 지퍼 역시 이탈리아에서 섬세한 수공을 거쳐 부착했던 과거와는 달리 홍콩제나 중국제 등 저렴한 제품을 사용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악어 가방? '악어스러운' 가방!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아이템 중 하나는 바로 악어 가방. 정확히 말하면 '악어무늬 가방'이다. 소가죽에 악어 무늬를 찍은 엠보싱 작업으로 악어의 패턴을 그대로 흉내 낸 것. 명품 브랜드에서도 '악어스러운 가방'을 내놓고 있다. 가격대는 확 낮추되 고급스러움은 유지하겠다는 의도. 다이아몬드 대신 스와로브스키 스톤을 쓰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지방시의 '악어 같은' 가방은 약 1000만원대인 진짜 악어 가방의 4분의 1 수준이다. 가죽으로 유명한 멀버리 역시 100만원대의 '악어 같은' 가방을 내놔 좋은 반응을 얻었다. 황의건 칼럼니스트는 "단가를 줄이려는 디자이너들의 노력은 계속되겠지만 얼마나 더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지는 의문"이라며 "최근 트렌드세터들은 루이비통 스피디처럼 '저원가 고부가가치' 상품보다는 드리스 반 노튼이나 마르탱 마르지엘라, 알렉산더 왕 같이 가격 대비 디자인과 품질이 훌륭한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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