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시계(視界) 제로(zero)’. 요즘 부동산 시장을 한마디로 표현한 말이다. 지난해 거침없이 치솟던 부동산 가격이 정부의 각종 정책으로 잠잠해지면서 향후 움직임을 예측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 9월부터 실시된 청약 가점제와 분양가 상한제, 연말 대통령 선거 등이 겹쳐 시장 전망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그렇다 보니 실수요자들은 내 집 마련 전략을 놓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다음은 전문가들의 연말 부동산 시장 전망과 투자전략이다.
◆더 떨어질 수도 있다… 재건축시장 전망 어두워
부동산 가격은 현재 안정 추세를 이어가거나 조금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시장이 대출 규제, 세금 중과, 금리 인상 등의 악재(惡材)로 크게 위축돼 있는 데다 당분간 정부 정책이 크게 바뀔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판단에서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작년에 부동산 가격이 워낙 많이 오른 데다 정부의 각종 규제가 쏟아지면서 부동산 투자에 대한 관심이 크게 되살아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세부적으로는 재건축 시장이 더 안 좋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희선 부동산114 전무는 “분양가 상한제 실시로 사업성이 떨어지면서 재건축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상황”이라며 “더욱이 1가구 2주택 매물이 쏟아지면서 중소형 물량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선 결과·규제 완화가 변수
상황이 이런 만큼 부동산 시장을 옥죄고 있는 대출 규제·세금 중과세 정책 등 정부의 각종 정책이 풀리지 않는 한 가격이 되살아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특히 금리에 주목하라는 조언이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올 초에 올랐던 금리가 현재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최근 금리 인상분은 내년 초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희 저스트알 상무는 “최근 저금리로 인해 돈이 은행에서 계속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금리는 조금 더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말에 실시되는 대통령 선거도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재건축과 각종 부동산세제를 완화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당락 여부에 따라 시장 분위기도 달라질 수 있다는 근거에서다. 그러나 박원갑 부사장은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부동산 정책을 획기적으로 바꾸기는 힘들 것”이라며 “강남 재건축 시장이 흔들리면 시장 전체가 다시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금은 매수자들에게 유리한 상황…경매 물건 눈여겨보라”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최대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대표적인 게 급매물이나 경매를 활용해 조금이라도 더 싼 가격에 구입하는 것이다. 더욱이 작년 4분기에 급증한 주택 구입으로 올 연말에 1가구 2주택 양도세 중과를 피하려는 물량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시적으로 1가구 2주택자가 된 사람은 1년 이내에 기존 주택을 팔아야 양도세를 중과세당하지 않는다.
이영호 닥터아파트 리서치센터장은 “지금은 매수자들에게 유리한 시장이기 때문에 시세보다 10% 정도 낮은 급매물을 잡을 수 있는 적기”라고 말했다.
역발상 전략도 고려 대상이다.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가면 항상 뒤처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희선 전무는 “최근 실수요자들이 신규 주택에 관심이 크지만 청약에서 당첨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급매물을 중심으로 기존 주택 시장을 노려볼 만하다”고 말했다.
김영진 내집마련정보사 대표는 “실수요자들은 가격이 다시 오르면 쫓아서 사기 힘든 만큼 시장이 위축됐을 때가 내 집 마련의 적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장은 “시장이 안정 기조에 들어섰기 때문에 매매를 서두르기보다 좀 더 관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