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27일 새벽 힘차게 날아올라 4차 발사에 성공했다. 5대 우주 강국을 꿈꾸는 대한민국이 거둔 쾌거가 아닐 수 없다. 특히 4차 발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체의 제작과 조립을 총괄하고 발사 운용에도 참여함으로써 민간이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국 우주 개발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미국, 러시아 등 전통의 강국과 비교하면 갈 길이 멀다. 우주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려면 긴밀한 민관 공조와 끈질긴 도전이 필수다.
한국의 우주개발 역사는 짧지만 굵은 궤적을 그리고 있다. 12년 전 러시아의 도움으로 나로호 발사에 성공해 스페이스 클럽에 이름을 올렸고, 이는 누리호 개발의 밑거름이 됐다. 4년 전 자체 기술로 제작한 누리호는 1차 발사에서 실패했으나 2차·3차에서 역량을 키운 뒤 이번에 4차 발사에 성공했다. 작년 5월엔 우주항공청을 출범시켜 우주개발을 향한 제도적 기반도 마련했다.
그러나 우주는 만만한 공간이 아니다. 우주 강국은 곧 글로벌 강국이다. 러시아는 세계 최초로 스푸트니크 인공위성을 쏘아올린 우주개발 원조국이다. 인류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한 미국은 미항공우주국(NASA)과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 등 민간 우주기업들이 완벽한 공조 체제를 구축했다. 중국은 인류 최초로 달 뒷면에 탐사선을 착륙시키고 토양과 암석 샘플을 채취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유럽과 일본도 무시할 수 없는 전통의 우주 강국들이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미국과 일본 모델이다. 과거 국가가 주도하던 우주개발은 점차 민간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세운 스페이스X는 지난해 71m 높이의 초대형 1단 로켓 ‘슈퍼 헤비’를 발사대로 회수하는 기적 같은 기술을 선보였다. 한 번 쓰고 버리던 로켓을 재사용하면 우주 운송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일본은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기술 지원 아래 미쓰비시중공업이 우주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국내에도 좋은 선례가 있다. 한국은 방산 후발주자지만 민관 공조 아래 가성비와 적기 공급을 앞세워 높은 진입 장벽을 넘어섰다. 우주산업 역시 기업이 앞에서 끌고 정부가 뒤에서 미는 전략이 바람직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