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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와 업계는 29일 김용범 1차관 주재로 열린 경제단체 간담회 자리에서 유보소득세 관련해 뚜렷한 견해차를 보였다. 기재부는 이날 유보소득세 관련 시행령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참석한 대한상의, 중소기업중앙회, 중견기업연합회, 대한건설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 한국선주협회 등 업계 관계자들은 유보소득세 부담을 토로했다.
우선 양측은 유보소득세 과세를 도입하면 얼마나 중소기업 부담이 커지는지를 놓고 충돌했다. 이날 공개된 유보소득세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벤처기업과 인·허가 대상 기업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2년 이내 투자, 고용, 연구개발(R&D), 부채상환 등에 지출한 금액도 유보소득세 대상에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시행령에 예외조항을 뒀기 때문에 실제 유보소득세를 적용받는 대상은 중소기업 중 10% 미만에 그칠 것”이라며 “투자·고용 등을 위해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하는 법인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는 유보소득세가 코로나19로 경기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중소기업 전반에 경영 리스크를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재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유보소득세 적용 가능성이 있는 대상 기업은 25만개(2018년 기준) 이상이었다. 이는 전체 가동법인(82만개) 중 31%에 달하는 수준이다. 시행령에 따라 예외조항을 두더라도 25만개 기업이 과세 사정권에 놓일 불안감이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업 부진 상황에서 코로나까지 겹쳐 중소기업이 골병이 든 상태”라며 “중소기업 전반의 힘든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악법을 즉시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초과 유보소득을 갖고 있으면 조세회피 기업으로 낙인찍힐 수 있어 기업들 반발이 큰 것”이라며 “기업 입장에서는 사실상 증세 부담까지 짊어지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도입 취지 갈등 “조세회피 방지” Vs “전 세계 유례없어”
제도 도입 취지를 놓고도 정부와 업계 입장 차가 크다. 기재부가 유보소득세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크게 3가지 때문이다. △법인을 세워 세금을 탈루하는 조세회피를 방지하는 공정과세 △6~42% 소득세를 내는 개인사업자보다 낮은 법인세율(10~25%)을 내는 과세 형평성 문제 해소 △유보금을 쌓아두지 않고 투자로 유도하는 효과 등이 있다는 게 기재부 입장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아무리 ‘착한 뜻’이 있더라도 중소기업 현실과 괴리된 법안이라는 입장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12~16일 비상장 중소기업 309개를 대상으로 유보소득세에 대한 의견조사를 한 결과, 기업의 자율성 침해(34.1%), 투자와 연구개발 및 신산업 진출 등 미래성장 위축(29.7%), 유보소득은 장부상 이익으로 실제 현금 미보유 문제(28.6%) 등으로 유보소득세 도입을 반대했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중소기업의 사내유보금은 투자 기회나 예상치 못한 경영위기가 찾아올 때 활용할 수 있는 비상금 역할을 한다”며 “사내유보금을 많이 쌓아뒀다는 이유만으로 과세하면 기업이 미래를 준비하고 대응하는 것이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한국납세자연합회 회장)는 “명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전 세계 유례없는 제도를 도입해 중소기업의 경영을 통제하고 옥죄는 후유증이 나타날 것”이라며 “현실과 동떨어진 법안을 폐지하거나 예외 대상·기간을 확대하는 쪽으로 법안·시행령을 대폭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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