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처럼 상품성·타이밍 등 모든 게 맞아 떨어지며 상반기 일본차 수입액은 6억2324만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26.2% 뛰었습니다. 덩달아 일본차 점유율도 21.5%까지 치솟았습니다. 지난 2010년(25.3%)이후 9년 만의 최고치였습니다. 미디어 역시 ‘고속질주’ ‘돌풍’ 등의 수식어로 일본차의 가파른 성장을 주목했습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 였습니다. 지난 7월 초 일본정부가 한국을 겨냥해 수출규제 조치를 단행한 뒤로 모든 상황이 뒤바뀌었습니다. 반일감정이 겉잡을 수 없이 고조되며 일본 불매운동이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식품·의류·화장품 등 소비재를 비롯해 자동차 분야에서도 일본 브랜드를 사는 소비자가 뚝 끊겼습니다. 짧았던 봄날을 뒤로한 채 날개없는 추락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불매운동이 시작된 지 두 달이 흐른 지금, 일본 불매운동은 이미 수치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일본 브랜드 5개사(토요타·렉서스·혼다·닛산·인피니티)는 1398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습니다. 작년 같은 달(3247대)과 비교하면 무려 60%가 빠진 것입니다.
브랜드 별로 봐도 심각합니다.
토요타의 프리미엄 브랜드이자 중장년층의 꾸준한 지지를 받았던 렉서스는 지난달 603대를 팔았습니다. 매월 1200대 넘는 판매고를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절반 이상 후퇴한 것입니다. 혼다와 닛산은 각각 138대·58대를 겨우 팔았습니다. 전달과 비교하면 70%넘게 급감했습니다.
덩달아 일본 브랜드의 국내 수입차 점유율도 7.7%로 쪼그라들었습니다. 상반기 20%를 웃돌던 점유율이 불과 두달만에 10% 미만으로 주저앉은 것입니다.
잇따른 판매 급감에 닛산에서는 한국시장 철수설도 제기됐습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한 해당 기사에 대해 닛산 측은 “추측성 기사에 대해 공식 답변하지 않겠다”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않았습니다. ‘철수설’이 명백히 오보라면 강하게 부정했겠으나, 사실상 ‘묵묵부답’함으로써 최근 나빠진 사내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 관심사는 불매운동의 지속 기간입니다. 변수는 단연 한일관계의 회복 여부일 것입니다. 그러나 상황은 두 달전보다 악화될 뿐, 회복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은 지난 7월 수출규제 조치 이후, 지난달에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조치를 강행했습니다. 이에 우리 정부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를 선언하고,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카드까지 꺼내들었습니다. 양국의 통상마찰이 증폭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불매운동 기간도 예상보다 길어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