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업 회피 ‘하이 리스크’ 기술·프로젝트 선제 투자해야”

김형욱 기자I 2019.03.17 11:00:00

산업연 ‘한국 제조업의 발전잠재력과 구조전환 방향’ 리포트
제조업 부가가치 낮아…“시장 실패에만 개입 소극성 벗어나야”

산업연구원 제공
[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정부가 시장 실패에만 개입하는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기업이 투자를 주저하는 리스크 큰 기술과 프로젝트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국책 연구기관의 제언이 나왔다.

산업연구원(KIET)은 17일 ‘한국 산업의 발전잠재력과 구조전환 방향’ 리포트(정은미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를 통해 이 같이 제언했다.

KIET는 우리 제조업이 우리나라 전체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만 부가가치는 아직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전 산업 산출값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육박하고 부가가치 중 비율 역시 30% 수준이다. 그러나 제조업의 부가가치율은 25.5%(2014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평균 30%에 못 미치는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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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제조업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1990년부터 2010년에 걸쳐 높아져 왔으나 최근 정체 흐름이다. 1995년 3.0%이던 점유율은 2010년 3.5%까지 올랐으나 2016년엔 다시 3.2%까지 내렸다. 조선, 통신기기, 디스플레이 산업은 생산·수출이 마이너스 성장이고 자동차·철강·석유화학·기계산업의 생산·수출 증가율도 크게 낮아졌다.

이는 중국의 빠른 성장과 경쟁압력, 2008년 국제 금융위기에 따른 국제 통상 위축 영향도 있지만 근본적으론 우리 산업의 수출제품 구조 변화가 지체됐기 때문이란 게 KIET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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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우리 주력산업은 2000년대 이후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 시장 진출에 주력하며 양적 규모 확대에 주력했으나 제품 구조를 고도화하거나 수요 변화 트렌드에 대응하는 제품군을 다양하게 확보하는 데는 미흡했다”며 “이 결과 대중 수출 정체와 주요 시장 수출확대 제약 심화, 내수 수입비중 증가란 3중고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이어 “상위 10대 산업이 전체 수출·생산의 70%를 차지하고 대기업 비중이 80%에 이르는 등 특정 산업과 대기업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 특정 업체의 경영전략이나 수익성에 따라 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주요 산업도 생산을 위한 중간투입의 국산 비율이 54%밖에 안 되고 특히 (전체 수출의 20~25%를 차지하는) 반도체 국산 투입비율은 27%에 불과하다”며 “주요 소재·부품·장비의 해외에 의존하는 취약한 우리 산업 생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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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언은 최근 정부의 정책 방향과 일맥상통하는 측면도 있다. 정부는 이달 4일 수출활력 제고방안을 발표하면서 △바이오·헬스 △이차전지 △플랜트·건설 △문화콘텐츠 △한류·생활소비재 △농수산식품 6개 품목을 올해 신 수출성장동력으로 선정하고 지원을 늘린다는 계획을 담았다.

KIET는 우리나라 제조업이이 같은 어려움에도 부가가치 기준 3.1%(2016년 기준)의 비중을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이 ‘제조 2025’란 이름으로 반도체 등 첨단 제조산업 육성에 집중하면서 앞으로의 경쟁 강도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독일 싱크탱크 메릭스(MERICS)는 최근 한국이 ‘중국 제조 2025’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정은미 선임연구위원은 “(정부의) 주력산업 구조 전환은 성숙 산업의 구조조정이란 소극적 목표가 아니라 구조 고도화라는 적극적 목표를 가져야 하며 나아가 제조업 전반의 부가가치율 향상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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