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용익의 록코노믹스]슈퍼볼 하프타임쇼의 경제효과

피용익 기자I 2019.02.04 12:06:40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미국 록 밴드 마룬 파이브(Maroon 5)가 논란의 무대에 섰다. 3일(현지시간) 미국 애틀란타 메르세데스-벤츠 스타디움에서 개최된 제53회 미국프로풋볼(NFL) 슈퍼볼 경기 중간에 열린 하프타임쇼에는 마룬5와 빅 보이, 트래비스 스캇이 무대에 올랐다.

하프타임쇼는 슈퍼볼의 하이라이트다. 음악 팬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과거엔 대학교 마칭 밴드의 지루한 쇼타임이 주를 이뤘지만, 1993년 마이클 잭슨이 어린이 합창단 3500명과 함께 무대에서 “Heal the World”를 부른 이후 하프타임쇼는 당대 최고 아티스트들의 콘서트로 자리잡았다.

그동안 무대에 오른 아티스트들의 면면을 보면 슈퍼볼 하프타임쇼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마이클 잭슨, 보이즈 투 멘, 스티비 원더, 글로리아 에스테판,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에어로스미스, 브리트니 스피어스, U2, 재닛 잭슨, 키드 록, 저스틴 팀버레이크, 폴 매카트니, 롤링 스톤스, 프린스, 톰 페티, 브루스 스프링스틴, 더 후, 블랙 아이드 피즈, 슬래쉬, 마돈나, 비욘세, 브루노 마스, 레드 핫 칠리 페퍼스, 케이티 페리, 레니 크래비츠, 콜드플레이, 비욘세, 레이디 가가 등이 역대 슈퍼볼 하프타임 쇼를 장식했다.

아메리칸 풋볼 컨퍼런스(AFC) 챔피언과 내셔널 풋볼 컨퍼런스(NFC) 챔피언이 맞붙는 슈퍼볼은 1억명 이상이 시청하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다. 경제효과도 어마어마하다. 미국소매협회(NRF)는 올해 슈퍼볼에 소비자들이 148억달러를 지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슈퍼볼 경기 중 작전타임이나 하프타임 때 상영되는 광고비용은 매년 업계의 관심사다. 2018년 슈퍼볼 광고는 30초 기준 500만달러를 기록했다. 1초에 약 2억원을 써야 광고를 내보낼 수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온 관심이 집중되는 슈퍼볼은 뮤지션들에게도 꿈의 무대다. 오죽하면 머틀리 크루는 하프타임쇼도 아니고 경기장에서 상영되는 ‘플랜터스’ 광고에 자신들의 음악이 들어갔다고 홍보할 정도다.

슈퍼볼 하프타임쇼에 오르는 뮤지션들이 받는 별도의 출연료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30분의 공연은 뮤지션의 즉각적인 수익으로 연결되곤 한다. 2018년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하프타임쇼 공연 당일 그의 음원 매출은 534% 증가했다. 2017년 무대에 올랐던 레이디 가가의 매출은 1000% 뛰었다.

그런데 올해는 하프타임쇼 출연 섭외를 받은 일부 뮤지션들이 거부 의사를 밝혔다. 제이-지, 리아나, 핑크, 카디 비 등이 줄줄이 보이콧을 선언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들이 지상 최대의 쇼를 펼칠 기회를 걷어차버린 것은 2016년 8월26일에 있었던 이른바 ‘무릎 꿇기’ 사건 때문이다.

당시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 선수였던 콜린 캐퍼닉은 경기장에 미국 국가가 울려 퍼질 때 혼자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 통상 국가가 연주될 때 선수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가슴에 손을 얹고 국민의례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캐퍼닉의 행동은 백인 경찰에 의해 흑인이 숨지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현실에 항의하는 퍼포먼스였다. 캐퍼닉은 “흑인과 유색인종을 탄압하는 나라의 국기에 존경을 표하기 위해 일어설 수 없다”고 말했다. 이후 많은 선수들이 무릎 꿇기에 동참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무릎 꿇기 퍼포먼스에 참여한 NFL 선수들에게 ‘son of a bitch’ 등 욕설을 퍼부으며 퇴출을 주장했다. 또 캐퍼닉의 행동을 탐탁지 않게 생각한 백인들이 경기 보이콧을 하면서 스타디움이 텅텅 비는 사태도 일어났다. 사태를 촉발한 캐퍼닉은 구단에서 쫓겨났고, 그를 영입하려는 팀은 아직까지 단 한 곳도 없다.

캐퍼닉의 무릎 꿇기가 촉발한 사회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런 배경에서 유색인종 뮤지션들은 슈퍼볼 하프타임쇼 무대 보이콧을 선언한 것이다.

흑인사회의 비난은 하프타임쇼 무대를 수락한 마룬5와 트래비스 스캇, 빅 보이에게 집중됐다. 마룬5의 보컬리스트 애덤 리바인은 평소 인권 문제에 목소리를 내 왔다는 점에서 비난의 중심에 섰다. 흑인 뮤지션인 트래비스 스캇과 빅 보이에 대한 실망 여론도 거셌다.

이같은 논란 속에서도 마룬파이브와 트래비스 스캇, 그리고 빅 보이는 슈퍼볼 하프타임쇼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마룬5는 경기장에 마련된 ‘M자’형 무대에서 “Harder to Breathe”와 “This Love”를 연주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스폰지밥’ 동영상에 이어 등장한 트래비스 스캇이 “Sicko Mode”로 경기장을 달궜고, 마룬5는 이 기운을 몰아 “Girls Like You”와 “She Will Be Loved”로 슈퍼볼 경기장을 자신들의 콘서트장으로 만들었다. 아웃캐스트의 빅 보이는 럭셔리 자동차에서 내려 “The Way You Move”를 부르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어 마룬파이브의 리바인은 “Sugar”와 “Moves Like Jagger”를 연달아 부르며 무대를 마무리했다.

공연 전에 일었던 논란에 비해 서프라이즈는 없었다. 다소 밋밋한 공연이었다는 평이 많다. 일각에서 예상했던 흑인사회를 향한 퍼포먼스나 메시지는 물론, 과거 재닛 잭슨의 젖꼭지가 노출됐던 것 같은 돌발사고도 일어나지 않았다.(애덤 리바인이 웃통을 벗긴 했다.)

한편 마룬5는 이번 하프타임쇼 출연에 대한 좋지 않은 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공연 직전 한 자선단체에 50만달러를 기부했다. 업계는 하프타임쇼 이후 마룬5의 음원 매출이 얼마나 늘었을지 주목하고 있다.

마룬5가 3일(현지시간) 미국 애틀란타 메르세데스-벤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제53회 슈퍼볼 하프타임쇼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NFL 중계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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