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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자동화, 피할 수 없는 추세..일자리 걱정”
22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해수부 항만국 관계자는 “올해 12월까지 스마트 항만 중장기 로드맵을 수립할 것”이라며 “자동화 항만 도입을 위한 세부 액션플랜을 연내에 확정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수부는 △노·사·정 상설협의체 구성 및 공동 연구용역 추진(5월) △연구용역 및 노·사·정 협의결과 등에 따라 도입대상, 시기 등을 반영해 신항만 건설기본계획 수립(12월)을 진행하기로 했다. 앞서 해수부는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중국을 찾아 아시아 최대 자동화 항만인 상해 양산항 등을 살펴봤다.
자동화 항만 정책은 박근혜정부 때에도 검토됐던 사안이다. 해수부는 2016년8월부터 작년 12월까지 자동화 항만과 관련한 ‘부산항 신항 메가포트 구축 용역’을 추진했다. 이어 작년 11월 관계부처 합동 혁신성장 전략회의에서 ‘4차 산업혁명 대응계획’ 관련해 스마트항만 구축 계획을 보고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도 관심을 가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월16일 부산신항에서 열린 ‘부산항 미래비전 선포식’에 참석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김영춘 해수부 장관에게 “자동화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피할 수 없는 추세이고 세계적 경쟁을 하게 되는데 한편으로는 일자리가 줄지 않냐는 걱정도 있다”며 “두 가지 조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이같이 밝힌 것은 부산신항이 국내 처음으로 항만 자동화 도입이 검토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부산항 북항통합개발 구상에 따라 부산신항으로 부산북항의 운영사 이전을 추진 중이다. 부산신항으로 이전하면 부산북항에서 일하고 있는 근로자(부산항운노조 조합원 1700명+α)의 일자리를 어떻게 할지가 관건이다. 가장 빠른 이전·폐쇄 시점은 내년 6월이다. 이 ‘데드라인’을 앞두고 해수부는 부산신항에 항만 자동화 도입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부산항운노조는 “자동화 터미널을 구축하면 관련 직원 80% 이상이 일자리를 잃는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자동화 쟁점은 생산성과 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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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1993년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이 세계 최초로 자동화를 도입한 이후 독일 함부르크항, 싱가포르항, 중동에서 제일 큰 항구인 아랍에미리트(UAE)의 제벨 알리, 미국의 LB(롱비치) 항만, 양산항을 비롯한 중국의 11개 항만이 자동화 터미널을 건설했거나 준비 중이다. 해수부 항만국 관계자는 “부산항은 스마트항만 준비가 미흡하고 자동화 관련 하드웨어 분야의 국내산업은 침체돼 있다”고 밝혔다.
반면 중국은 급속도로 자동화 항만 시장을 잠식 중이다. 중국의 다국적 엔지니어링 회사이자 크레인 제조업체인 ZPMC는 76개국에 진출해 관련 세계시장 점유율이 75%에 달한다. 이 회사는 부산 신항만의 1-1단계 컨테이너터미널 공사에서 크레인 18기를 수주하는 등 국내 항만공사의 크레인 입찰을 싹쓸이하기도 했다. 장 지안 ZPMC 부총재는 기자와 만나 “올해 4분기만 돼도 무인 터미널의 효율·생산성이 유인 터미널을 뛰어넘을 것”이라며 ‘한국 추월’을 예고했다.
그러나 문제는 일자리다. 자동화 도입 시 일자리가 대폭 줄어든다는 점이 두 번째 쟁점이다. 아시아 최대 자동화 항만인 중국 상해의 양산항을 운영하는 상해국제항만그룹(SIPG)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양산항은 인력을 70% 정도 줄였다. 기존에 1000명이 하던 일을 300명 정도가 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이 “실직자 없는 자동화를 꼭 이루겠다”고 약속했지만, 중국 사례만 놓고 보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형진 부산항운노조 쟁의부장은 통화에서 “실직자 없는 자동화는 어불성설”이라며 “초기 투자액이 많이 들어가는데 여전히 각국에서 테스트 중인 자동화 터미널이 이를 회수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중국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와 우리나라 현실은 다르다”고 꼬집었다. 지용수 전국항운노조연맹 위원장은 지난 1월 문 대통령과 한국노총 산별대표자 간담회에서 “현재 자동화 터미널 도입은 시기상으로 맞지 않다”며 “우선 이에 따른 고용대책을 수립하고 항만 여건을 감안해 자동화 터미널을 도입해도 늦지 않다”고 밝혔다.
◇中, 시장 잠식 중인데...노조 반발-해수부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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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철 항만국장은 “노사정협의체를 통해 노조와 함께 충분히 끝까지 논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AI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자동화에 대한 대비나 준비를 해야 하나 도입 시기를 잘 정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최상희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항만·물류기술연구실장은 “우리 중공업 회사들이 조선플랜트라는 눈 앞의 이익을 좇는 사이에 중국 정부·기업들은 항만 자동화에 꾸준히 공을 쏟았다”면서 “첨단 항만 산업과 정부 정책이 하나로 가야 성과를 낼 수 있다”며 자동화에 대한 산업적 지원을 강조했다.
※항만 자동화=항만 내 컨테이너 하역 및 이송 작업이 무인 자동화 되어 이뤄지는 상태를 의미한다. 세계 물동량(컨테이너 기준) 상위 20위 항만 중 15개 항만(75%, 2017년 기준)이 자동화를 도입한 상황이다. 1993년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을 시작으로 독일, 미국, 싱가포르 등에서 자동화가 도입됐다. 중국은 11개 항만을 스마트항만 시범사업으로 지정했다. 특히 샤먼항(2016년 3월), 청도항(2017년 5월), 상해 양산항(2017년 12월) 등 최근 중국 항만들의 자동화 도입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부산항이 반자동화를 도입했지만 중국 등 해외처럼 완전자동화 된 항만은 없는 상황이다.